수컷이 없는 상황에서 가오리가 임신하는 희한한 상황이 미국 수족관에서 벌어졌다. 단위생식 가능성이 떠오른 가운데, 일부 학자는 상어에 의한 이종교배를 의심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아쿠아리움 앤 샤크 랩(Aquarium & Shark Lab) 수족관은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수컷 없이 새끼를 가진 가오리 샬럿의 사연을 공개했다.

이 암컷 가오리는 지난해 말부터 배가 불러왔다. 당시 종양을 의심한 스태프들이 초음파 검사에 나섰는데, 샬럿이 새끼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문제는 샬럿이 머물던 수조에 수컷 가오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여러 가능성을 떠올린 해양생물 학자들은 샬럿이 단위생식을 했거나 다른 종이 개입한 이종교배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수컷 가오리 없는 수조에서 임신한 샬럿. 단위생식 또는 상어와 교미가 의심된다. <사진=아쿠아리움 앤 샤크 랩 공식 페이스북>

단위생식은 수정 없이 암컷이 단독으로 새끼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수정란에서 새끼를 만드는 현상인데, 2022년 미국 시카고 셰드 수족관 제브라상어 암컷이 수컷 없이 새끼를 낳은 적이 있다.

아쿠아리움 앤 샤크 랩 관계자는 “만약 단위생식이라면 샬럿의 난자는 수컷에게서 정자를 받지 않고 저절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라며 “태어나는 것은 샬럿의 새끼가 아니라 클론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단위생식 가능성보다는 상황적으로 같은 수조에 머물던 흰점얼룩상어 수컷이 의심된다”며 “가오리의 단위생식은 지금까지 거의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샬럿의 복부 초음파 사진. 종양으로 의심된 복부 팽만은 임신으로 확인됐다. <사진=아쿠아리움 앤 샤크 랩 공식 페이스북>

실제로 가오리의 단위생식은 2018년 호주 시드니 수족관에서 한차례 보고될 정도로 사례가 많지 않다. 당시 9년간 수컷과 접촉이 없던 가오리 암컷이 단위생식해 시드니 수족관이 발칵 뒤집혔다.

아쿠아리움 앤 샤크 랩 관계자는 “일부 상어는 교미 상대의 몸에 이빨자국을 내는데, 샬럿의 지느러미에 흰점얼룩상어에 물린 듯한 자국이 남았다”며 “샬럿과 같은 수조에 흰점얼룩상어 수컷을 두면 안 되지만 수컷들의 성적 성숙 상태로 미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수족관 동물학자들은 초음파 결과로 미뤄 샬럿의 출산이 임박한 만큼 새끼들을 확인하면 모든 미스터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난태생인 가오리의 임신 기간은 최장 4개월이다. 단위생식으로 밝혀질 경우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면밀한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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