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년 전 유럽에서 시신의 미라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미라로 여겨졌던 친초로인 유해보다 1000년이나 빨라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고고학연구팀은 3일 유럽고고학저널(European Journal of Archaeology)에 실린 논문에서 1960년대 사도계곡(Sado Valley)에서 발굴된 고대인 시신이 8000년 전 미라화 처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1961~1962년 사도계곡 유적 ‘아라포우코와 포사스데산벤토(Arapouco and Poças de S. Bento)’에서 발굴된 13구의 유골 사진을 정밀 분석했다. 공간분포 및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기 다른 자세로 고정된 유해들을 들여다본 결과, 일부가 미라화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관절 이단이 보이지 않는 8000년 전 여성 시신의 시간별 부패 상황. 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한 이미지다. <유럽고고학저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시신 자연부패 과정에 대한 지식에 첨단 그래픽 기술을 동원, 인류가 역사에서 망자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재현할 수 있었다”며 “약 8000년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시신은 미라화가 7000년 전 페루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학설을 깨버렸다”고 말했다.

여성 시신은 세월 탓에 연조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무릎을 구부려 가슴에 붙인 자세나 뼈 주변 퇴적물의 존재, 관절 이단이 없는 점 등 간접적 증거를 찾아냈다. 대개 시신이 매장되면 연약한 관절부터 빠른 이단이 시작되지만 미라화 처리되면 관절 결합이 제법 온전하게 남게 된다.

고대 유럽 사람들이 여성을 미라화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했는지 모두 특정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오랜 보존을 위해 매장 전 시신을 잘 건조한 뒤 정위치에서 손발을 묶어 웅크린 자세로 만들었다고 추측했다.

사도계곡 유적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 부패를 시간별로 재해석한 시뮬레이션 화면. 죽은 지 하루 된 상태(왼쪽)부터 7개월 뒤 연조직이 모두 말라버린 상황(오른쪽)까지 보여준다. <유럽고고학저널 공식 홈페이지>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팀은 살이 온전한 사망 하루 뒤의 상황과 관절 이단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로 완전히 건조된 7개월 후까지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했다.

지금까지 학계는 칠레 북부에서 발견된 친초로 사람들의 시신이 가장 오래된 미라라고 여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인류 미라화의 역사를 1000년이나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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