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끼리 메시지를 주고받는 순간이 실험을 통해 포착됐다. 식물도 동물처럼 서로 소통한다는 가설은 오래됐지만 정보를 교환하는 상황을 잡아낸 사례는 없었다.
일본 사이타마대학교 연구팀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식물 간 커뮤니케이션을 가시화한 이번 실험 성과가 식물에 대한 이해를 더욱 폭넓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식물은 원래 특유의 화합물을 이용해 거리가 있는 동료 식물과 소통한다. 학자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식물들이 해충이나 가뭄 등 위험을 알아차린다고 여겨왔다.
사이타마대 세포정보연구실 도요타 마사츠구 교수는 식물의 대화가 사실이더라도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을 가시화한 사례가 없는 점에 주목했다. 식물 커뮤니케이션의 가시화를 위해 교수는 애기장대와 박각시나방 애벌레를 동원한 실험을 기획했다.
연구팀은 애기장대 잎에 약간의 장치를 했다. 생물의 신경전달 또는 근육수축에 관여하는 칼슘이 감지되면 잎이 녹색 형광을 발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했다.
이후 연구팀은 애기장대 잎과 애벌레를 용기에 넣고 기다렸다. 애벌레가 잎을 먹자 애기장대는 포식자의 위험을 알리는 화합물(냄새)을 방출했다. 이를 추출한 연구팀은 펌프를 이용해 애벌레의 위협을 받지 않은 애기장대 잎에 뿌렸다. 잎은 얼마 안 가 녹색 형광으로 빛났다.
도요타 교수는 "애기장대는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지도 않았는데 다른 개체의 화합물에 반응해 잎 전체에 칼슘 신호를 내보냈다"며 "식물의 이런 반응은 해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벌레가 갉아먹은 애기장대가 방출한 화합물에서는 (Z)-3-헥세날 및 (E)-2-헥세날 등 화합물이 검출됐다"며 "냄새와 관련된 이들 물질이 칼슘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애기장대 잎 속의 헥세날들은 일명 트랜스-2-헥세날로 잎을 뜯을 때 나는 식물 특유의 냄새의 정체다. 도요타 교수는 "아무래도 애기장대는 기공을 통해 포식자의 냄새를 감지, 잎 속 세포들을 이용해 칼슘 신호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애벌레의 위협에 애기장대 잎 속의 공변세포와 엽육세포, 표피세포 순으로 칼슘 신호가 발생한 것도 알아냈다. 공변세포는 식물의 기공을 여닫는 역할을 하며 엽육세포는 잎의 위아래 표피 대부분, 표피세포는 식물의 가장 바깥쪽을 각각 구성한다.
도요타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애기장대의 기공이 닫혀 있을 때는 애벌레가 습격하더라도 칼슘 신호가 전파되지 않았다"며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잎이나 줄기 속의 다양한 세포가 유기적인 작용을 한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