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거대 건축물'이라고 하면 흔히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영국의 스톤헨지 등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수수께끼의 대규모 석조 건축물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알 울라 지역의 사막 주변에 흩어져있는 '머스타틸(mustatils)'은 무려 20만㎢에 걸쳐 1000개가 넘는 석조 건축물의 집합이다. 머스타틸은 아랍어로 '직사각형'을 뜻하며, 말 그대로 바위를 직사각형 방 모양으로 쌓아 올린 건축물이다.

항공에서 촬영한 머스타틸 <사진=AAKSA and Royal Commission for AlUla>

큰 방은 길이가 450m를 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길이 수 m에 높이 1.2m짜리 작은 직사각형으로, 2~19개씩 그룹으로 모여 있다. 암석 하나가 500kg에 달하는 것도 수두룩하다. 보통은 기반암 위에 지어졌으며 종종 사막의 암석 위나 산과 같은 곳에서도 발견된다.

머스타틸은 1970년대에 처음으로 발견돼 많은 고고학자의 관심을 끌었다. 2019년에는 한 머스타틸 방에서 소의 두개골 조각이 발견됐는데, 이 때문에 머스타틸은 소 숭배를 위한 건축물로 추정되기도 했다. 또 두개골은 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5300~5000년 전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머스타틸이 피라미드나 스톤헨지보다 2000년 이상 오래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학의 고고학자들이 머스타틸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30일 앤티쿼티(Antiquity)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정 머스타틸 하나를 조사해 모두 1만2000t에 달하는 현무암이 사용됐으며, 암석을 이동하고 구조물을 짓는 데에는 수십개월이 걸렸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이 조사한 머스타틸 내부 <사진=AAKSA and Royal Commission for AlUla>

또 고대인들이 왜 그렇게 많은 방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부 방은 한 번만 사용했고 어떤 방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사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여기에는 대규모의 의사소통과 공통적인 목적성이 있었다고 추측했다. 멜리사 케네디 교수는 "1000개가 넘는 머스타틸이 모두 비슷한 모양이고 매우 넓은 지역에 걸쳐 펼쳐져 있는 것으로 봐서, 같은 의식적 믿음이나 이해가 있었으며 많은 사람의 의사소통이 있었음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지역이 기원전 5000년 신석기 후반에는 습하고 푸른 녹초지로 당시 고대인들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소 떼가 살고 있었으며, 이 건축물은 가축 숭배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약 900년 뒤 아라비아 남부에서 소를 숭배하기 시작했으며, 머스타틸은 그 초기 믿음의 표현인 것으로 추측했다. 또 일부 머스타틸은 목초지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지어졌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에 세부 사항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유물에 대한 의미를 밝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사 과학연구소의 고고학자 휴 그로컷은 "이 연구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중요한 고고학 논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무시되고 덜 알려졌던 머스타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로컷은 "수천 개에 달하는 머스타틸은 정말 기념비적인 모습"이라며 "텅 빈 사막이 과거에는 인간 문화의 놀라운 발전을 보여준 장소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역시 이 지역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왕립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국 연구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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