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수수께끼였던 4500년 전 보드게임의 가장 완벽한 진행 방법을 과학자들이 풀어냈다. 보드게임 마니아들에게 즐기게 한 결과 현대에도 충분히 통할 수준 높은 게임으로 평가됐다.
영국 에식스대학교 컴퓨터공학자 샘 젤베 교수 연구팀은 24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란 남동부 고대 유적 샤르이 쇼흐타(Shahr-i Sokhta)에서 1977년 발굴된 고대 보드게임의 놀이 방법을 재구성했다고 전했다.
이 게임은 유적 이름을 따 샤르히 쇼흐타, 통상 SiS라고 부른다. 샤르이 쇼흐타 유적의 731번 무덤에서 나온 일종의 보드게임으로 제작 연대는 4500년 전으로 추측된다.

SiS 게임은 칸 20개가 새겨진 보드와 말 27개, 길쭉한 형태의 주사위 4개로 구성된다. 비슷한 연대에 만들어진 일명 우르 왕조 게임과 비슷한데, 규칙을 적은 점토판이 발견된 우르 왕조 게임과 달리 SiS 게임의 놀이 방법은 아직 불분명하다.
샘 젤베 교수는 "같은 시대 유물을 바탕으로 한 고고학적 검증과 인공지능(AI)이 결합된 확률 모델을 이용한 근대적 추론을 조합해 SiS 게임의 말의 역할을 특정하고 고대인들이 어떻게 즐겼는지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iS 게임의 보드는 말을 배치하는 주요 영역과 골까지 이르는 좁은 다리, 게임 참가자가 목표로 하는 최종 지점인 뱀의 머리와 꼬리 등 3개 구역으로 나뉜다"며 "말 27개는 각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주자 10개씩 2세트, 주자가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는 세이프 하우스를 의미하는 별 모양 말 3개, 장애물 역할을 하는 원뿔과 사각형 말 2개로 구성된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이 게임이 경주를 모티브로 했다는 입장이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쌍육이나 서양의 백개먼(Backgammon)처럼 각 플레이어가 차례로 주사위를 던져 말을 제일 먼저 목표지점까지 보내는 2인용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샘 젤베 교수는 "아마 SiS 한 판을 하려면 30~45분이 걸렸을 것"이라며 "보드에 3개 배치된 세이프 하우스 말에 도달하면 2회 연속 주사위를 던질 수 있었고, 자신의 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다음 말을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세이프 하우스를 중간 목표로 하는 등 수많은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우리가 추측한 룰에 근거해 재현한 SiS 게임을 경험이 풍부한 보드 게임 플레이어 50명에게 즐기게 했더니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SiS 게임의 정확한 놀이 방법이 해명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게임 말의 역할은 밝혔다는 게 우리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