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를 상대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사례가 알려졌다.

영국 BBC 뉴스는 최근 런던의 그렛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GOSH)에서 임신 23주 차의 산모가 자궁 속 태아의 척추이분증을 치료하기 위해 산전 수술(prenatal surgery)을 받았다고 4일 보도했다.

척추이분증이란 선천성 기형의 하나로 척추의 특정 뼈가 불완전하게 닫혀있어 척수가 외부에 노출되는 증상이다. 이로 인해 아기는 심각한 신경 손상은 물론 하지마비나 보행장애, 배뇨 및 배변 장애 등 신체적, 지적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의료진이 임상실험을 통해 자궁 속에서 태아를 수술해 척추이분증을 고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출생 이후 수술을 받은 아기와 비교했을 때 자궁 속에서 수술을 받은 아기는 2살이 될 때까지 도움 없이 걸을 가능성이 2배 더 높았고 신경학적인 문제가 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임신 20주 차에 태아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산모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산전 수술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이번 수술에는 GOSH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 그리고 이 수술 경험이 있는 벨기에의 루벤대학 병원 등의 의사 25명이 참가했다. 일반적으로 이 수술은 산모에 마취제를 투여한 뒤 복부와 자궁을 열어 태아의 노출된 척추의 피부를 분리하고 척수관 내부에 척수를 삽입한 뒤 봉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런 개복 태아 수술(open fetal surgery)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산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제왕절개를 통해 분만하거나 자궁이 파열될 위험이 있다. GOSH의 신경외과의 도미닉 톰슨 박사는 "이 수술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에 민감하기 때문에 위험이 없지는 않다"며 "그러나 수술로 인해 아기와 그 가족에 미칠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산모는 3개월 후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GOSH에 따르면 신생아의 뇌에는 과잉 체액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건강한 발달 징후를 보이고 있다. 또 산모는 "아기가 다리와 발을 움직이는 걸 보고 너무 기뻤다"며 "수술이 없었으면 아기의 인생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에, 의료진에게 매우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술을 비롯해 GOSH 등의 의료진은 2020년 1월부터 32명의 태아에게 같은 수술을 실시했다. 특히 2011년 처음으로 수술법이 개발된 이후 절개 부위가 많이 줄어드는 등 수술 방식도 개선됐다. 하지만 산전 수술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수술에 참여한 파울로 드 코피 박사는 "이 수술은 먼저 산모와 아기에게 수반되는 이점과 위험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척추이분증 태아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