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자폐 아동들의 증세를 개선하는 소중한 친구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미주리대학교 그레첸 칼라일 교수 등 연구팀은 고양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 아동의 심리와 행동에 주는 영향을 살핀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아동간호 학술지 ‘Pediatric Nursing’ 최신호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ASD 아동이 고양이와 지내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6~14세 ASD 자녀가 있는 15개 가정을 실험에 참여시켰다. 고양이와 함께 지낼 8개 가정과 그렇지 않은 7개 가정을 A, B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누고 각각 18주를 보내도록 했다. 연구에는 대체로 온순한 고양이를 투입했다.
그 결과, 고양이와 함께 지낸 ASD 아동은 타인에 공감을 나타내고 분리불안이 줄었다. 소리를 지르고 날뛰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 ASD 특유의 행동 역시 감소했다. 23일 만에 아이와 부모 모두 고양이와 끈끈한 유대를 맺었고 실험이 끝날 때까지 애정이 커져갔다.
이번 실험에 고양이가 동원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ASD 아동과 가족의 스트레스 감소에 반려동물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많았는데, 주된 대상은 반려견이었다. 연구팀은 개뿐 아니라 고양이나 다른 동물도 ASD 가정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칼라일 교수는 “고양이가 아이의 과잉행동을 달래고 순화하는 효과가 관찰됐다”며 “ASD 아동은 환경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양이가 있으면 불안감이 줄어 가족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는 대체로 개보다 조용한 동물로, 산책이나 화장실 등 수고가 들지 않아 ASD 가정의 부담도 적을 것”이라며 “다만 온순한 고양이를 선택해야 하며 고양이의 성질이나 잘 돌보는 법 등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전제했다.
발달장애의 일종인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나 타인과 대화가 어렵고, 흥미나 활동이 편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분리불안 등 다양한 유형의 불안에 시달리며 갑작스러운 공격성이나 분노를 나타낸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 20~50명 중 1명이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된다. 여아보다는 남아에게서 많이(2~4배) 관찰된다.
연구팀은 향후 실험 대상을 늘리고 토끼나 기니피그 등 다른 동물이 ASD 아동에 주는 영향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칼라일 교수는 “ASD 가정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을 검토하는 경우, 어떤 동물이 좋은가 고민하기보다 아이 자신과 가족이 희망하는 종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