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생존력을 가진 ‘곰벌레’가 총에 맞는 것과 비등한 충격에도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켄트대학교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곰벌레의 놀라운 생존력에 보다 강력하고 미스터리한 능력이 하나 추가됐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곰벌레를 동결건조해 대사를 거의 멈춘 뒤 나일론관에 넣고 순간적인 가스 압력을 이용해 발사했다. 곰벌레는 진공 챔버 바닥에 깔린 모래바닥 방향으로 초속 0.556~1㎞ 속도로 부딪혔다.   

소총 총알 속도가 시속 1㎞인 점에서 사실상 총에 맞는 충격이 발생했지만 곰벌레의 생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실험 결과 곰벌레들은 초속 0.825㎞까지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권총에서 발사한 총알 속도의 2배에 달한다. 

곰벌레 <사진=NASA SCIENCE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초속 0.825㎞ 넘는 속도로 모래바닥과 충돌한 곰벌레는 살지 못했지만 그 이하에서는 멀쩡했다”며 “깨어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 것으로 미뤄 데미지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명이 ‘Hypsibius Dujardini’로 물곰(Water Bear)으로도 부르는 곰벌레는 극도로 건조하거나 150℃ 이상의 고온, 절대영도에 가까운 초저온, 진공, 고압, 심지어 치사량을 한참 넘은 방사선에도 견디는 생명력을 가졌다.

연구팀의 이번 실험은 곰벌레가 과연 가혹한 우주공간에서도 살아남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실험 관계자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다른 천체에서 왔다는 판스페르미아설에 입각하면, 지구 생명체는 소행성 충돌에 의해 우주로부터 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생명의 씨앗이 소행성 충돌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알아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험에서 곰벌레가 견딘 충격의 최대치는 1.14GPa(기가파스칼)이었다. 이는 우주 암석이 태양계 행성과 충돌할 때 생기는 충격보다 훨씬 작다. 다만 지구나 화성의 화산에서 배출된 물질이 행성의 위성에 충돌할 경우 충격은 이보다 덜하다.

극한의 상황에 버티기 위해 몸을 돌돌 만 곰벌레. 이를 턴(tun)이라고 한다. <사진=BuzzFeed Multiplayer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What Is A Water Bear?' 캡처>

연구팀 관계자는 “화성의 화산에서 배출된 물질이 위성 포보스에 충돌할 때 속도는 총알의 10배가 훌쩍 넘는 초속 14.5㎞”라며 “아무리 곰벌레라도 이를 견딜 가능성은 낮지만 변수에 의해 충격이 분산될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구로부터 달로 배출된 물질의 경우 곰벌레 생존율은 더 높아진다”며 “대략 40%는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9년 착륙에 실패하면서 달표면에 충돌한 이스라엘 달탐사선 베레시트에는 곰벌레가 실려 있어 관심을 모았다. 만약 곰벌레들이 당시 충격을 견뎌냈다면 현재도 달표면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베레시트의 비행 데이터에 따르면 달표면에 충돌한 속도는 초속 0.946㎞였다. 이번 실험에서 곰벌레가 최대 초속 0.825㎞까지는 견딘 점이 그래서 의미가 있다.

몸길이가 기껏해야 0.3~1㎜ 안팎으로 아주 작은 곰벌레는 완보동물(Tardigrada)의 일종으로 전 세계에서 약 1300종이 발견됐다. 삶거나 얼려도 살아남으며 수분이 없어도 몸을 돌돌 마는 일명 ‘턴(tun)’이라는 탈수가사 상태로 10년을 버틸 수 있다. 극지방을 포함해 사실상 지구 전 지역에서 생존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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