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짧은 라보드카멜레온(Furcifer labordi)의 몸 색깔이 죽음 직전 변화하는 극적인 영상이 공개됐다. 라보드카멜레온의 수명은 기껏해야 5개월로 세상에서 가장 단명하는 동물로 알려졌다.

미국 야생동물 채널 네이처 온 PBS는 최근 선을 보인 시리즈 '빅 리틀 저니'를 통해 라보드카멜레온의 체색 변화를 소개했다. 원래 카멜레온은 상황에 따라 몸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꾸는데, 이런 변화에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감정이나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영상 속의 개체는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라보드카멜레온 암컷이다. 지구상의 카멜레온은 종에 따라 짧게는 2년, 길면 7년을 사는데, 라보드카멜레온의 수명은 불과 4~5개월로 아주 짧다.

산란 후 몇 시간 만에 죽은 라보드카멜라온 암컷. 숨이 멎기 전 몸의 색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사진=네이처 온 PB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Female Chameleon Erupts with Color Before Death' 캡처>

네이처 온 PBS 관계자는 "산란을 마친 암컷은 닥쳐올 오랜 가뭄에 대비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 알을 흙으로 덮었다"며 "쓰러진 암컷은 점차 호흡이 약해졌는데, 죽기 직전 몸의 색이 여러 차례 변했다"고 전했다.

이어 "암컷 라보드카멜레온은 에너지를 모두 써버렸지만 피부색은 마치 무지개처럼 화려하게 변화했다"며 "죽기 직전에 뭔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극적인 영상은 촬영에 동행한 야생동물학자들이 찍었다. 학자들은 산란을 마친 라보드카멜레온 암컷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지자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다. 학자들은 2시간 뒤 돌아왔는데, 암컷은 이미 죽은 뒤였다. 영상을 돌려본 학자들은 전례가 없는 카멜레온의 색 변화를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과학적으로 따지면 죽음 직전의 카멜레온도 신경의 신호 전달은 계속된다"며 "이 때문에 피부 세포의 모양이 변화해 컬러풀한 패턴을 만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관계자는 "카멜레온의 피부에는 나노 크리스털 같은 특별한 세포가 분포하며, 이를 팽창·수축해 몸의 색을 변화시킨다"며 "아무리 그래도 이번처럼 죽음을 앞둔 개체의 극적인 색 변화는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고 놀라워했다.

라보드카멜레온은 암컷의 경우 우기에 번식하고 산란 직후 죽는다. 수컷은 짝짓기 시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건기가 오기 전 생을 마감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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