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세가 급등하면서 투자가 활발한 금.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최고의 부와 명예를 상징해온 금은 지구상은 물론 저 아득한 우주공간에서도 발견된다. 학자들은 광활한 우주공간에 어떻게 금이 생겨나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간의 성과들을 완전히 뒤집는 학설이 나와 주목된다.
영국 하트퍼드셔대학 고바야시 치아키 박사 연구팀은 태양계에서 발견되는 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정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모두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의 가설에 따르면, 우주공간의 금은 중성자별(neutron star) 충돌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융합, 원자핵이 되면서 형성된다. 학자들은 중성자(neutron)들로만 이뤄진 초고밀도 천체인 중성자별(태양 질량의 10배 이상 되는 무거운 별의 통칭)이 폭발하면 남은 심(core) 부분은 표면 온도가 극도로 높고 강한 자기장을 갖게 되며, 금 같은 중원소가 생성된다고 추정된다.
이와 관련, 고바야시 박사 연구팀은 이런 연구들이 실제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빈도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더라도 그다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봤다. 연구팀 관계자는 "태양계에서 중성자별 충돌이 실제로 관측된 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뿐"이라며 "우주공간의 숱한 금들이 한 차례의 중성자별 충돌로 생겨났다는 가설은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애초에 금은 원소다. 원자번호는 79번이며 원소기호는 Au. 금의 핵 안에는 79개의 양성자와 118개의 중성자가 존재한다. 금은 이 양성자와 중성자의 핵융합을 통해 형성되는데, 지구와 달리 우주공간에서는 그 발생 원인을 두고 다양한 설이 제기돼왔다.
학계에 따르면 태양 정도의 항성은 수소 핵융합을 통해 헬륨 정도를 생성할 수 있다. 이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훨씬 큰 항성이 필요하며, 그마저도 마그네슘과 철 정도를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내는 게 고작이다. 훨씬 무거운 원소들은 항성이 초신성(신성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내뿜는 별의 폭발)을 통해 생을 마감할 때 만들어진다. 예컨대 우라늄을 비롯한 중원소들과 금이 이 때 탄생한다.
참고로 금은 입자가속기를 통해서도 생성 가능하다. 다만 이 공정이 실제 금의 가치를 상회하는 탓에 상용화되지 않았다. 이들을 결합시켜 하나의 원자핵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핵융합 반응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고바야시 박사 연구팀은 태양계에서 이렇다할 중성자별 충돌이 없는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우주에 존재하는 금의 기원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들의 주장은 미국 천체물리학 학술지 'The 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는 실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주공간의 금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한층 깊어졌다. 우주의 금의 기원이 초신성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핵융합으로 금이 생성될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이 폭발할 경우 블랙홀이 되고 만다. 애써 만든 금덩이들은 이 블랙홀이 모조리 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속으로 회전하는 별이 폭발하는 아주 드문 유형이 있는데, 자기 회전 초신성이라고 한다"며 "이 경우 별은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파괴돼 폭발할 때 안팎이 뒤집힌다. 바로 이때 금의 원자핵이 포함된 희고 뜨거운 물질이 방충되면서 금이 우주공간으로 흩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