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의식에서 인간의 피와 환각제를 섞은 음료를 마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연구팀은 8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고대 이집트 정화 의식에 사용된 무시무시한 혈액 칵테일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유적 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약 2000년 된 베스 항아리(Bes vase) 분석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베스 항아리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춤과 전투의 신으로 떠받든 토속신 베스(Bes)의 얼굴을 조각했다. 베스는 당초 외부에서 유입됐다는 설이 유력했으나 여러 역사서 분석 결과 현재는 이집트 토속신으로 대접받고 있다.

고대 이집트 토착신 베스의 얼굴을 조각한 베스 항아리 <사진=탬파미술관·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양과 목자의 수호신이자 꿈을 주관하는 신이기도 한 베스는 통통한 몸에 식물로 된 관을 쓰고 표범 모피를 입은 형상으로 그려진다. 음악과 춤을 곁들인 정화 의식에 주로 동원됐는데, 이런 유적에서는 베스의 얼굴을 조각한 베스 항아리가 종종 발견된다.

항아리의 정확한 용도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미국 플로리다 탬파미술관에 협조를 구했다. 여기 소장된 기원전 2세기 베스 항아리를 입수한 연구팀은 정밀 분석 장비를 통해 안쪽 바닥에 미세한 액체 흔적의 구성 물질을 들여다봤다.

연구팀은 액체가 술과 꿀, 환각작용이 있는 식물, 모유, 정체불명의 점액과 사람 혈액으로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환각 식물은 페가눔 하르말라(Peganum harmala)로 지중해 연안에서 중국 서부 건조 지대에 자란다"며 "종자에 천연 유기화합물 하르민 및 하르말린이 다량 함유돼 삼키면 환각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고대 이집트에는 여러 신이 존재했으며,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신을 동원해 의식을 치렀다. <사진=pixabay>

하르민과 하르말린은 이집트는 물론 아마존 원주민들이 썼다는 환각 음료 아야와스카에도 들어간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이런 성분과 함께 발효한 과실에서 얻은 알코올과 천연 꿀, 로열젤리를 넣어 마셔 쾌락을 극대화한 것으로 추측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인간의 단백질, 즉 모유와 점액, 피는 왜 들어갔느냐다. 조사 관계자는 "아마 이런 성분은 의식 참가자들이 쾌락을 맛보는 동시에 본래 목적인 정화에 신경을 쓴 증거일 것"이라며 "영에 의한 인간 세계의 더러움을 베스 신과 인간의 육체를 결합해 이겨내려 한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조만간 국제 고고학 저널에 발표될 예정이다. 사독 전 논문은 '리서치 스퀘어(Research Square)'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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