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의 평균수명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2000년대 이전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5~6세 더 긴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알칼라대학교 연구팀은 1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남성과 여성의 평균수명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으며, 2030년에는 약 3세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를 막론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대체로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부터 나왔다. 다만 국제연합(UN)이 1990년부터 2010년 조사한 194개국의 인구 자료 분석 결과, 남녀 모두 전체적으로 수명이 늘었고 그 격차도 상당 수준 줄어들었다.
조사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장수 국가의 경우 1990년 여성의 평균 수명은 77.17세, 남성은 72.23세였다"며 "2010년에는 여성 83.10세, 남성 78.37세로 변화했고 남녀 차이도 대략 0.2년으로 약간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명의 남녀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라며 "바꿔 말하면 여성의 사망 속도 저하, 즉 장수화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UN 및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2030년에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86.54세, 남성은 83.13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무렵 남녀의 평균 수명 격차는 불과 3.41세로 좁혀진다. 다만 일부 국가, 특히 미국의 경우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더욱 줄어 격차도 커질 전망이다.
조사 관계자는 "2023년 미국 정부가 발표한 평균 수명 성별 차이를 보면, 2010년 4.8세에서 2021년 5.8세로 오히려 벌어졌다"며 "이는 남성과 여성의 평균 수명이 같이 늘고 그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모든 나라의 공통 사항은 아님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 사망률 지표가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위기에 잘 대응했고, 여러 군사 분쟁을 종결하려 노력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남녀의 평균 수명 격차가 점점 줄겠지만 당분간은 여성의 기대 수명이 남성보다 길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 관계자는 "결국 생물학적 요인에 따라 격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많은 남성이 나이가 들면서 세포 일부에서 Y염색체를 잃는 것이 노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