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자들의 기대와 달리 외계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b’에는 생명체가 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위에서 지난 2016년 발견된 이 행성은 해비터블 존(골디락스 존), 즉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있는 구역에 포함돼 관심을 받아왔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는 7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프록시마 센타우리b’ 행성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황무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지구에 사는 인류 입장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까운 항성이다. 지구와 거리가 불과 약 4.2광년인데, 그 부근에서 발견된 태양계 외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b’는 해비터블 존에 속한 지구형 행성으로 대번에 주목받았다.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까운 항성 '프록시마 센타우리'. 그 주변을 도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b'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해비터블 존 안의 행성에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대기와 물이 필수다. 물의 경우 반드시 액체 상태로 존재하란 법이 없으므로 대기의 유무가 더욱 중요하다. 물은 원래 증발하기 쉬운 물질이므로 행성 표면에 액체의 물이 유지되려면 어느 정도 두꺼운 대기가 필요하다.

대기가 있고 없고는 행성 자체의 중력은 물론 주성인 항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항성에서 비롯되는 항성풍이 너무 강하면 행성의 대기를 벗겨버릴 수 있다.

센터는 ‘프록시마 센타우리b’의 경우 지구 이상의 질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돼 대기를 갖기 충분한 중력이 있다고 봤다. 다만 주성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적색왜성이라는 점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든 요소라고 판단했다.

조사 관계자는 “항성은 질량이 작을수록 방사선량이 줄어 해비터블 존이 항성에 가까워진다”며 “항성의 질량이 작을수록 반경도 작아지고 표면에서 핵까지 거리가 짧아지므로 핵의 격렬한 활동이 지표면에 나타나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외계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 유무는 그 자체의 중력은 물론 모성(항성)의 크기, 모성과 행성 간 거리, 모성의 핵 활동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사진=pixabay>

항성 핵의 격렬한 활동으로 말미암은 강력한 자기장은 전기를 띤 입자를 가속시켜 항성 표면으로 뿜어낸다. 이것이 항성풍으로, 태양의 경우 지구까지 영향을 미치는 태양풍이다. 항성풍 입자가 행성에 부딪히면 대기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행성 중력에 갇히지 못하고 날아가 버린다.

조사 관계자는 “큰 항성의 해비터블 존 안이라면 이런 현상이 쉽게 벌어지지는 않는다”면서도 “항성이 작을 경우 그 해비터블 존 안의 행성이 거센 항성풍에 상시 노출된다. 때문에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불모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센터 견해에 대한 반박도 있다. 다 떠나 외계 생명체를 지구 생물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사실 지독한 항성풍에 견딜 생명체가 지구 밖에 존재하지 말란 법은 없다. 뭣보다 외계행성을 직접 관측해 쌓은 정보가 없어 외계 생명체에 관련된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주성을 공전하는 행성 사이의 녹색 고리가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해비터블 존(골디락스 존)이다. <사진=우주생물학 센터(Astrobiology Center)>

센터의 회의적 시각의 근거는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주변 행성의 관측 정보를 ‘지만-도플러 영상(Zeeman–Doppler imaging, ZDI)’ 기법에 응용한 컴퓨터 모델이다. 센터는 항성의 자기 활동의 영향으로 ‘프록시마 센타우리b’가 받는 항성풍은 지구에 닿는 태양풍의 평균 약 100~300배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활동 주기는 7년으로, 피크 시 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b’는 지구의 1000배에 달하는 항성풍에 노출될 것”이라며 “행성 표면에 있는 대기와 물이 단기간에 증발할 수준이므로 ‘프록시마 센타우리b’는 해비터블 존 안을 공전해도 불모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항성과 행성 사이에 해비터블 존이 성립되더라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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