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계는 금성이 아직까지 화산 활동 중이며 비교적 최근까지도 활동한 흔적이 있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정면으로 뒤집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다중 링 분지 형태를 이용한 금성의 열 조건 추정(Estimating Venusian thermal conditions using multiring basin morphology)'이라는 논문을 내고 금성이 오랫동안 화산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금성에서 가장 큰 충격 분화구인 '미드 분화구(Mead Crater)'를 연구했다. 3억~10억년 전 외계 물체와 충돌로 인해 생긴 미드 분화구는 지름이 280㎞에 달한다. 두 개의 절벽 같은 단층, 즉 내부 및 외부 링(ring)으로 둘러싸여 있다. 연구팀이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링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금성의 암석권은 지구보다 훨씬 두껍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금성의 미드 분화구 <사진=KnownUnknowns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Largest Craters In The Solar System' 캡처>

연구를 주도한 에반 비요네스는 "이는 금성이 충격 당시 지구와 달리 '정체된 리드(stagnant lid)'일 가능성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즉 충돌 당시 만들어진 분화구의 형태로 미뤄 다수의 판으로 이뤄진 지구와 달리 금성은 단일한 외부 판으로 덮여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단일한 판 구조는 달을 비롯해 태양계 여러 행성의 특징으로 여겨진다.

지구의 화산 대부분은 판 가장자리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금성이 단일한 판으로 구성됐다면 최소 10억년간 지구와 같은 지각변동이나 화산활동이 없어야 한다. 연구원들은 다른 고리 모양의 분화구도 미드 분화구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화성 지각의 특징을 거듭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성활동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온 금성 <사진=pixabay>

지난 1989년 발사된 마젤란 탐사선 등은 두꺼운 구름을 관통하는 레이더를 이용해 금성의 표면을 자세히 살폈다. 레이더에는 1000개 이상의 화산 구조물이 발견됐지만, 대부분은 오래되고 비활성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번 연구도 이와 같은 결론이다.

비요네스 연구원은 "이 발견은 지구와 지구의 판 구조론이 우리 이웃 행성들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얼마나 독특한 것인지를 다시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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