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낸 바다의 다양한 소음에 의사소통이 막힌 돌고래들은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 돌고래 연구센터는 12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낸 논문에서 수중 소음의 방해로 돌고래들은 비명을 지르며 의사소통을 시도하지만 성공률은 60%대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센터의 해양생물학자들은 거대한 수조에 돌고래 두 마리를 넣고 스피커를 이용해 다양한 소음을 냈다. 이 과정에서 두 돌고래의 의사소통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봤다.

수조의 돌고래들은 보디캠을 부착한 채 다양한 소음에 노출됐다. 그 결과 두 돌고래의 의사소통 성공률은 평소의 6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공식 홈페이지>

스피커에서는 군사훈련이나 해운업계의 굴착 드릴 등 크고 거슬리는 소음이 흘러나왔다. 소음이 없을 때 안정된 상태를 보이던 두 돌고래는 즉각 긴 울음소리를 내며 소음에 묻힌 서로의 소리를 알아내려 했다.

두 돌고래의 울음소리는 이어 고함소리, 혹은 쇳소리처럼 변했지만 결국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폭발음 등 가장 큰 수준의 소음에 노출된 돌고래들은 의사소통 성공률이 62.5%로 떨어졌다.

돌고래는 휘파람 등 다양한 소리를 구사해 동료와 의사소통하는 동물이다. 음파나 초음파를 쏘고 반사돼 돌아오는 메아리로 소통하는 이런 '반향 정위'는 돌고래를 비롯해 여러 해양 생물이 활용하는 대화법이다.

학자들은 야생 돌고래가 인간이 내는 해양 소음에 노출될 때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해 왔다. 지난해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연구팀은 자연 훼손을 이유로 풍력발전소들이 지상이 아닌 바다에 주로 건설되는 요즘, 이로 인한 소음이 상상 이상으로 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돌고래들은 수중에서 반향 정위를 통해 의사소통한다. <사진=pixabay>

또한 해군 잠수함이나 어선이 쏘는 소나(SOund Navigation And Ranging, SONAR), 즉 음파탐지기 소리에 돌고래가 무더기로 죽은 사례도 있다. 지진 관측 장비의 초음파 역시 일부 바다 생물들을 난청으로 만들거나 방향감각을 앗아간다는 학계 보고도 전해졌다. 

센터 관계자는 "눈여겨볼 것은 실험에 동원된 돌고래가 소음으로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실험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다는 점"이라며 "돌고래는 호기심이 강하고 의욕적인 동물로, 소음 때문에 대화에 애를 먹게 되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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