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0년 된 로마인 무덤에서 와인으로 채운 유골함이 나와 주목된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와인의 연대가 300년은 빨라질 가능성이 떠올랐다.
코르도바대학교 고고학자 다니엘 코사노 연구원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스페인 남부 카르모나의 로마인 무덤 유적에서 와인으로 채운 유골 항아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무덤은 2019년 카르모나 모처의 민가 복구 작업 도중에 발견됐다. 길이 약 3.3m, 폭 약 1.73m 규모로 입구를 기준으로 좌우로 4개씩 8개의 유골 안치소가 마련됐다. 2곳은 비었고 6곳에 항아리가 각각 놓였는데, 5개는 다양한 부장품이, 1개는 액체가 담겼다.

다니엘 연구원은 "액체가 든 항아리는 흠이 없고 밀봉돼 있었다. 살짝 흔들면 출렁이는 소리가 났다"며 "정밀 조사를 위해 밀봉을 뜯고 액체를 분석하자 화이트와인일 가능성이 확인됐다. 또한 놀랍게도 남자의 유골이 잠겨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 로마에서 와인은 매우 상징적이고 매장 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며 "로마인은 와인이나 꿀 같은 귀한 음식을 부장품과 무덤에 넣어 망자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도록 빌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화려한 부장품이 많은 것으로 미뤄 무덤 주인은 부유한 가족이라고 추측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여성이 와인을 마시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와인에 남성 유골이 담긴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액체 상태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와인은 독일 서부 슈파이어에서 발견된 약 1700년 전의 것이다. 연구원이 조사한 액체가 와인이라고 인정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기록은 무려 300년이나 빨라지게 된다.
연구원은 액체의 원산지를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포함된 미네랄 분석을 통해 카르모나 남쪽에 위치한 도시 헤레스가 원산인 백포도주 셰리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다니엘 연구원은 "고대 로마는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특별한 의미를 뒀고,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사망자를 기억하려 했다"며 "고인이 더 나은 세상으로 떠나는 것을 기원하면서 남자 가족의 유골을 항아리에 넣고 값비싼 포도주를 아낌없이 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