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고래(외뿔고래)는 긴 엄니를 사냥과 소통에 적극 활용한다는 새로운 관찰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일각고래는 엄니 하나가 무려 3m까지 자라는데, 마치 머리에서 솟은 뿔처럼 보여 바다의 유니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미국과 캐나다 해양학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4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일각고래의 수컷은 외뿔 같은 엄니를 활용해 능숙하게 사냥하고 동료와 대화한다고 전했다.
일각고래의 나선형 엄니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수컷에게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엄니는 성선택의 결과물, 즉 짝짓기 때 암컷에 매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일부 학자는 엄니가 사냥 도구라고 주장했지만 많은 증거를 잡지 못해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북극해에 서식하는 일각고래를 드론으로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외뿔고래가 송곳니를 이용해 오징어 같은 사냥감을 탐색하거나 포획하고 놀이, 소통에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조사를 주도한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 그레그 오코리 크로우 교수는 “일각고래 수컷들은 엄니를 똑바로 수면에서 내밀어 힘을 가늠하거나 짝짓기 상대에게 매력을 과시할 때 사용한다”며 “이번 드론 조사에서 사냥 도구로도 쓴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고래 수컷의 송곳니는 크고 길수록 암컷에 인기가 있는 것은 맞다”며 “짝짓기는 물론 사냥, 커뮤니케이션, 놀이 등 다양한 용도로 엄니를 활용하는 것을 알아낸 것은 대단한 수확”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팀은 일각고래 수컷이 기다란 엄니를 매우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점에 주목했다. 긴 송곳니 끝으로 사냥감을 탐지하고 힘껏 휘둘러 물고기를 기절시키거나 죽이기도 했다. 애써 잡은 사냥감을 낚아채려는 흰갈매기와 싸우는 상황도 드론 카메라에 잡혔다.
그레그 교수는 “수컷들은 송곳니를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 사용했다. 동료에게 먹이를 빼앗길 것 같으면 송곳니로 적당히 방어할 줄도 안다”며 “일각고래의 엄니는 생존을 위한 중요한 도구라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라고 전했다.
교수는 “일각고래는 5~10마리가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수컷들은 송곳니를 사용해 동료들과 사회적으로 교류하고 성장한다”며 “고래들이 동료와 정보를 나누고 학습하는 행동들은 급변하는 해양생태계 환경에 적응할 때도 유리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