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나노로봇이 개발됐다. 

체코 프라하화학공학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소개한 논문에서 온도차와 자력을 활용한 나노로봇을 활용, 오염된 물속 중금속을 제거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하천과 호수, 해양 등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정화하는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이 만든 ‘TM 나노로봇(TM Nanorobot)’은 바이러스 수준인 200㎚(나노미터)로 아주 작다. 1㎚는 10억 분의 1m이므로 200㎚는 500만분의 1m에 해당한다.

나노로봇 몸체는 플루로닉 트리블록 공중합체(pluronic tri-block copolymer, PTBC)를 유인제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완성된 나노로봇은 열과 자력에 반응하는데, 수중에서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물의 중금속을 수집하는 원리다.

물의 온도 차이에 반응하는 TM 나노로봇을 활용, 비소 등 중금속을 제거하는 과정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공식 홈페이지>

이런 동작이 가능한 건 온도에 따른 PTBC의 반응이다. 찬물에 넣으면 로봇은 중금속에 결합하고, 반대로 따뜻한 물이라면 결합이 느슨해져 중금속에서 해방된다. 

산화철을 활용, 자력으로 원격 조종이 가능한 나노로봇이 중금속을 제거하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차가운 오염수에 나노로봇을 대량으로 넣는다. 나노로봇은 낮은 온도에 반응, 중금속에 닥치는 대로 끌어 모은다.

이후 자석으로 나노로봇을 한 곳에 결집시키고 물을 데워 중금속을 일순간에 내려놓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광범위하게 오염된 수질도 어렵지 않게 정화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실제 실험 결과도 고무적이다. 나노로봇을 비소 등이 섞인 수조에 넣는 실험에서 65%의 중금속이 제거됐다.

초소형 실험체에 탑승, 몸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SF영화 '이너 스페이스'. 인류는 10억 분의 1의 세계를 구현하는 나노기술로 훨씬 작은 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영화 '이너 스페이스' 공식 포스터>

연구팀 관계자는 “비소나 아트라진(제초제의 일종)에 오염된 물에 나노로봇을 넣고 100분을 기다린 결과 오염도가 65% 개선됐다”며 “중금속이 깔린 강이나 호수, 바닷물을 정화하려면 여러 복잡한 처리를 해야 한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로봇은 이런 수고를 덜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이 한정된 장소에서 이뤄졌고 물속 중금속 외의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점에서 나노로봇의 정화 능력은 65% 이하로 추정했다. 실제 상황에서 나노로봇이 어느 정도 정화 능력을 발휘하는지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노로봇은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나노기술(Nanotechnology)의 산물이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의료다. 나노로봇이 혈관을 돌며 백신 등을 아픈 장기에 전달하거나 물리적으로 제거가 어려운 암세포를 공격하는 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5년 우주 미션에 다양하게 활용할 ‘나노봇(Nanobot)’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화성 대기권 진입 시 우주선 차폐막 역할을 나노봇 군집체가 감당하는 시나리오도 공개했다. NASA는 현재도 나노기술을 응용한 우주 미션을 구상 중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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