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라(고질라)의 숙적인 머리 셋 달린 괴수 ‘킹기도라’의 이름을 딴 신종 생물이 등장했다.

일본 도쿄대학교는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도가시마 근해에서 발견된 새로운 수중 생물이 ‘라미실리스 킹기도라(Ramisyllis kingghidorahi)’로 명명됐다고 발표했다.

2019년 첫 발견돼 그간 연구가 진행돼온 라미실리스 킹기도라는 몸체가 여러 개로 갈라진 환형동물의 일종이다. 한눈에도 형체가 희한하고 좌우 비대칭인 점에서 진화학적 또는 발생학적 연구 가치가 충분해 생물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라미실리스 킹기드라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라미실리스 킹기드라는 사도가시마 인근 바다의 수심 십여 m 아래 암벽에 서식하는 해면(갯솜) 내부에서 채취됐다. 고리 같은 관절 구조를 가진 무척추동물군 환형동물인 실리스들은 간혹 체축(몸의 축, body axis)을 중심으로 몸 양쪽이 비대칭으로 분기한다.

도쿄대학교 연구팀 관계자는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머리를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인데 라미실리스 킹기도라는 그렇지 않다”며 “머리에서 꼬리에 걸쳐 가느다란 몸이 비대칭으로 갈라져 동물이라기보다는 식물 뿌리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고질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킹기도라 <사진=아트스피리츠>

새로운 생물에 어울리는 명칭을 찾던 연구팀은 킹기도라가 좌우 비대칭이란 점을 떠올렸다. 머리수는 다르지만 거꾸로 보면 고질라 속 킹기도라와 닮아 그대로 이름을 따왔다. 실리스과 중에서 체축이 라미실리스 킹기도라처럼 분기하는 종은 두 가지가 더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갈라진 몸에는 소화관이나 신경, 근육 등이 모두 분포해 있다”며 “몇 가닥이나 되는 꼬리를 해수면 밖으로 밀어내 영양을 흡수하며, 식물의 눈줄기(stolon)처럼 몸을 뻗어 번식한다”고 덧붙였다.

라미실리스 킹기드라는 머리 아래 꼬리로 갈수록 몸이 몇 갈래로 분기한다(A). 특히 꼬리는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며(B), 유영번식 개체인 스털론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C)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약 2년간의 연구에서 라미실리스 킹기도라는 항문으로 연결되는 소화관에 섬모가 빽빽하게 들어찬 사실도 밝혀졌다. 이를 통해 체내에 바닷물을 끌어들인다. 가지처럼 보이는 꼬리는 이때 영양 흡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과거 일본 근해에서 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카라크사실리스(Syllis ramosa)가 발견됐지만 이후에는 비슷한 개체가 눈에 띄지 않았다”며 “라미실리스 킹기도라는 체축으로부터 분기되는 환형동물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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