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과 새 어치가 놀랄만한 자제력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 영장류에 버금가는 인지 능력이 확인된 어치는 ‘깃털 달린 유인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31일 국제 학술지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소개된 논문에서 어치가 인지 능력만큼이나 뛰어난 자제력을 가졌다고 전했다.

자제력은 사람이나 침팬지 등 고등동물의 지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능이 높을수록 자제심도 강하다는 실험 결과도 많다. 자제력은 더 나은 보수를 얻기 위해 눈앞의 유혹을 이겨내는 힘으로, 동물에게 있어 미래의 결과를 내다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차원적 능력이다.

어치는 좋아하는 박각시나방 애벌레를 먹기 위해 당장의 유혹을 참을 줄 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어치가 나중에 대비해 먹을 것을 보관하는 습성에 주목했다. 어치가 미래의 더 큰 만족을 위해 눈앞의 유혹을 참을 수 있다고 가정한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일종의 ‘마시멜로 실험’을 기획했다.

원래 ‘마시멜로 실험’은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으면 하나 더 주는 자제력 테스트다. 다만 어치에게 마시멜로는 매력적인 음식이 아니어서 박각시나방 애벌레와 빵, 치즈 조각이 주어졌다.

실험에 동원된 어치들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를 먹기 위해 눈앞에 놓인 빵이나 치즈의 유혹을 참아야 했다. 연구팀이 지켜본 결과, 어치들은 애벌레를 보상으로 받기 위해 빵이나 치즈를 애써 외면했다.

조사 관계자는 “어떤 개체는 눈앞의 치즈와 빵을 무시하고 무려 5분30초 가만히 애벌레를 기다렸다”며 “다만 개체마다 차이가 있어, 가장 유혹에 약한 개체는 20초밖에 버티지 못했다”고 전했다.

동물의 자제력은 지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어치는 상황에 따라 참아야 하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애벌레가 보이지만 절대 닿지 않는 곳에 있을 경우에는 깨끗하게 포기하고 눈앞의 빵이나 치즈를 먹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개체 차이가 제법 크지만 어치가 5분 넘게 빵과 치즈를 무시하고 애벌레를 기다린 것은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애벌레를 먹기로 마음먹은 어치들이 빵이나 치즈로부터 눈을 돌려버린 점은 같은 실험에 동원된 침팬지나 아이들과 똑같다고 놀라워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실험에서는 자제력 강한 어치를 대상으로 한 지능 측정도 이뤄졌다. 그 결과 애벌레를 오래 기다린 개체들일수록 5가지 항목으로 이뤄진 동물 지능 테스트 점수가 높았다”며 “지능이 높을수록 자제력도 강하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어치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