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광고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성운이 등장해 관심을 받고 있다. 성운의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할지 몰라도, 이걸 찍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미디어를 통해 하도 많이 전해져 제법 익숙하다.

보석 또는 판타지 영화 속 거울처럼 보이는 성운의 이름은 ‘팔렬성운(Eight-Burst Nebula, NGC 3132)’이다. 발광성운의 일종인 행성상 성운으로 화려한 은하 중심에 두 천체가 밝게 반짝인다.

‘남쪽 고리 성운(Southern Ring Nebula)’으로도 부르는 ‘NGC 3132’는 지구에서 불과 약 2000광년 떨어져 있다. 최근 모 업체 광고에 등장하면서 눈길을 끈 ‘NGC 3132’의 환상적인 사진은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에 나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작품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운용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7월 12일 ‘스테판 5중주’와 용골자리 성운의 ‘NGC 3324’ 영역, 외계행성 ‘WASP-96b’와 함께 ‘NGC 3132’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선보였다. 학계는 물론 대중은 엄청난 해상도는 물론 우주 가스와 먼지 너머의 천체까지 선명하게 잡아내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성능에 매료됐다.

지난 7월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 의해 공개된 뒤 국내 일부 광고에 등장한 행성상 성운 'NGC 3132'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행성상 성운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비교적 가벼운 항성(질량은 태양의 8배 이하)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관찰된다. 태양 같은 항성이 적색거성이 되면 방대한 가스와 먼지를 주변으로 방출한다. 가스를 서서히 잃어가면서 적색거성은 백색왜성으로 변모하는데, 방출된 가스가 중심별이 방사한 자외선 때문에 이온화하면 빛을 발하면서 행성상 성운으로 관측된다.

광고 속 ‘NGC 3132’의 이미지는 지난 7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천체 및 은하 4개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공개할 때 포함됐다. 광고에 사용된 사진도 7월에 공개된 이미지다. 당시에는 NIRCam과 MIRI 이미지가 따로 조합돼 이번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위 사진은 광고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성운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NASA 및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과 함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운용하는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가 지난 8일 공개한 ‘NGC 3132’의 새로운 이미지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및 중간 적외선 장치(MIRI)를 이용해 찍은 사진을 파장별로 착색하고 합성한 결과물이다.

적외선 파장별로 서로 다르게 착색된 'NGC 3132'. 1과 2는 지난 7월 12일 제임스웹이 처음 공개했으며, 3과 4는 8일 STScI가 선을 보였다. <사진=STScI 공식 홈페이지>

같은 성운인데 좌우 이미지가 다른 것은 합성 시 조합된 데이터 때문이다. 왼쪽 사진의 ‘NGC 3132’는 중심 천체를 둘러싼 뜨거운 가스를 강조했다. 오른쪽의 경우 천체에서 방출된 물질의 흐름이 두드러지도록 각 파장을 서로 달리 착색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인류의 차세대 우주 관측 기술을 상징한다. NASA는 30년 넘게 운용된 허블우주망원경 등 구세대 기기들을 대체하기 위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시작으로 낸시망원경 등 진보한 장비를 차례로 발사할 계획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덕에 ‘NGC 3132’가 대중적 관심을 받는 사이 학자들도 괄목할 연구 성과를 냈다. 호주 매쿼리대학교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등 관측 데이터를 분석, 이 성운의 형성에는 중심별 외에 적어도 2~3개의 천체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항성이 주변의 별을 집어삼키면서 행성상 성운 'NGC 3132'가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계별 상황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도 공개했다. A는 성운이 형성되기 전, F는 현재의 ‘NGC 3132’다. 원래 중심별(주성, ①)과 동반성②은 비교적 먼 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공전했는데, 우리가 몰랐던 다른 동반성도 중심별 근처를 공전 중이었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팽창을 시작한 중심별은 바로 근처를 돌던 동반성③을 집어삼켰고, 다른 동반성④과도 상호작용을 시작했다. 동반성③과 ④부터는 양쪽 방향으로 제트가 방출된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중심별의 뜨거운 핵이 노출될 정도로 사방으로 퍼진 가스와 먼지 때문에 거품 모양의 거대한 구멍이 생겼을 것”이라며 “동반성 ③과 ④보다 중심별의 바깥쪽을 공전하던 다른 동반성 ⑤와 상호작용에 의해 성운의 큰 고리 구조가 형성돼 현재에 이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ESA의 가이아 망원경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정보를 조합한 결과 중심별은 질량이 태양의 약 3배였을 것”이라며 “현재 관측되는 중심별의 질량은 태양의 약 60%인 점에서 별의 원래 질량을 파악하는 것이 행성상 성운의 형성 과정 이해하는 데 중요함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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