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500만 년 전 지구에 충돌한 거대 소행성이 기후에 준 장기적인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행성 충돌은 대멸종 등 지구에 엄청난 재난을 불러왔지만 기후에 미친 장기적 영향은 의외로 미미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지구는 탄생 이래 몇 차례 소행성 충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약 3500만 년 전 잇따른 소행성 충돌로 러시아 시베리아에 지름 약 100㎞의 포피가이 분화구, 미국 체서피크 만에 지름 최대 85㎞의 분화구가 형성됐다. 이들 크레이터는 지구 역사상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큰 충돌구다.

거대 소행성의 충돌이 지구 기후에 준 장기적 영향은 상상보다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두 거대 분화구를 조사한 연구팀에 따르면, 각 소행성 충돌 후 15만 년 동안 기후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멕시코만 해저에서 채취한 약 3550만~3590만 년 전 유공충 화석 1500개 이상의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동위원소 패턴은 생물이 살던 당시의 해수온을 반영한다.

유공충은 해수면 근처의 부유성 유공충과 해저에 서식하는 저서성 유공충으로 나뉜다. 이번 연구에서는 양쪽 동위원소를 모두 조사했다. 그 결과, 2개의 소행성 충돌 약 10만 년 전에 동위원소 변화가 나타났다. 표층 해양에서 약 2℃의 온난화, 심층수에서 약 1℃의 한랭화가 확인됐다. 다만 소행성 충돌 후에는 뚜렷한 온도 변화가 없었다.

UCL 지구과학자 브리짓 웨이드 연구원은 "각 소생성 충돌 후에도 지구 기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동위원소가 해양의 온난화 또는 한랭화를 보여줄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거대한 소행성 충돌에도 장기적으로 지구가 정상이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소행성 충돌은 공룡 멸종을 야기할 만큼 지구에 큰 변화를 준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pixabay>

이어 "다만 이번 조사에서 설정한 시간대는 1만1000년 간격으로 상당히 길다"며 "수십 년이나 수백 년 등 단기간의 변화가 포착될 수 있으므로 보다 간격을 좁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연구팀은 거대 소행성이나 운석 충돌이 꼭 장기적인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생각 이상으로 내성과 회복력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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