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천문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아주 어두운 왜소은하(Dwarf Galaxy)가 발견됐다. 일부 학자들은 1세대 은하들의 화석일지 모른다며 관심을 보였다.

영국 서리대학교 천문학자 마이클 콜린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로부터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M31) 주변에서 아주 희미한 은하를 새로 관측했다고 전했다.

워낙 어두워 초저광도 왜소은하(Ultra-Faint Dwarf Galaxy)로 분류된 이 은하는 M31의 알파별을 공유하는 페가수스자리에서 다섯 번째로 발견된 왜소은하다. 이런 점에서 이름은 ‘페가수스 V(Pegasus V)’로 정해졌다.

지구에서 약 225만 광년 떨어진 페가수스 V가 초대 은하의 화석 같은 천체로 주목받는 이유는 특유의 빈약한 광량이다. 왜소은하는 별이 약 수십억 개 이하인 소규모 은하의 총칭이다. 왜소은하는 표면 휘도가 낮은, 즉 어두운 은하인데 초저광도 왜소은하는 그중에서도 특히 어두운 천체들의 집합체다.

M31 부근에서 발견된 초저광도 왜소은하 '페가수스 V'. 노란 원 안의 희미한 은하로 주변 천체보다 확실히 어둡다. <사진=NOIRLab 공식 홈페이지>

따라서 왜소은하가 우주의 태동기부터 살아남은 1세대 은하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생각이 맞다면 초저광도 왜소은하들은 최초의 우주를 형성한 별들의 단서를 품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클 콜린스 교수는 “최근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가 속한 국부 은하군은 그간 관측하지 못한 어두운 왜소은하가 몇 개씩 드러나고 있다”며 “미국과학재단(NSF)의 국립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어두운 왜소은하의 수는 이론상 예측되는 것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저광도 왜소은하의 수가 예상보다 정말 적다면 우주론과 암흑물질 이해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소용돌이 같은 팔을 펼친 웅장한 나선은하나 제트를 분출하는 타원은하와 분위기부터 상당히 다르지만 왜소은하 역시 학자들에게는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페가수스 V’는 칠레 세로 톨롤로 천문대의 구경 4m 블랑코 망원경에 부착된 암흑 에너지 카메라(Dark Energy Camera, DECam)를 이용해 촬영된 이미지를 조사하던 아마추어 천문학자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하와이 마우나케아 제미니 천문대의 제미니 북망원경을 사용, 재차 관측을 실시한 연구팀은 ‘페가수스 V’까지의 거리는 물론 이 은하를 구성하는 천체들이 금속(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이 매우 부족한 사실도 밝혀냈다.

페가수스 V를 잡아낸 세로 톨롤로 천문대 블랑코 망원경의 DECam <사진=세로톨롤로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금속은 항성 내부의 핵융합 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항성풍이나 초신성 폭발 등에 의해 주변으로 방출된 후 새로운 별의 재료가 되는데, 별의 세대교체가 진행됨에 따라 은하의 금속량은 점차 늘어난다. 그럼에도 금속이 적다는 것은 은하 내부의 천체 형성 활동이 빠른 단계에서 멈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콜린스 교수는 “‘페가수스 V’는 안드로메다은하 주변에서 발견되는 초저광도 왜소은하 중에서도 특히 금속이 부족하고 아주 오래된 별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주 첫 세대 은하의 화석과 같은 천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페가수스 V’의 화학적 성질에 관한 연구를 통해 초기 우주의 별 형성에 대한 단서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페가수스 V’가 은하 형성이나 암흑물질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마이클 콜린스 교수는 “초기 은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주요 관측 대상 중 하나지만 이런 은하들의 화석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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