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등 대자연이 뇌 일부 영역 활동에 영향을 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에 몸을 맡기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인과관계가 생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는 5일 분자 정신의학 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에 낸 논문에서 자연 속에 단 1시간 머물면 뇌의 스트레스 처리를 담당하는 편도체 상태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자연에서 스트레스에 지친 심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정신은 물론 육체적 안정감을 얻는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건강한 일반인 63명을 모집한 뒤 베를린 근교 그뤼네발트 숲과 교통량이 많은 상가 주변을 1시간씩 걷게 했다. 이후 피실험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로 관찰했다.
그 결과 그뤼네발트 숲을 걸을 당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 편도체 활동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이는 뇌가 받는 스트레스가 완화됐다는 의미다. 또한 복잡한 상가를 걸을 때 반드시 편도체 활동이 평소보다 활발해지지는 않았다.
연구소는 사람이 한적한 자연을 만끽하면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생물학적으로 줄어드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적이 많은 도시지역을 걷는다고 해서 반드시 스트레스가 심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물리적 생활환경이 사람의 뇌와 마음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라며 “짧은 시간 자연에 파묻히는 것만으로도 편도체 활동이 저하되므로 자연 산책은 정신건강 악화를 막는 예방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숲 가까이 사는 사람들의 편도체가 대체로 건강하고 스트레스 대응력이 높다는 과거 실험도 있는 만큼, 자연친화적 도시 디자인이 정신건강과 행복감을 지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가에서 받은 스트레스 반응에 대해서는 “반드시 복잡한 곳에 머문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사람은 원래 자신이 익숙한 곳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는 학설이 맞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