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술이 발휘하는 플라시보 효과(속임약 효과)가 생각보다 크며,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또 나왔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제레미 하윅 교수는 3일 국제 과학지 컨버세이션에 낸 기고에서 가짜 수술의 플라시보 효과를 검증한 다양한 실험을 소개했다.

플라시보 효과란 생리학적 효험이 없는 가짜 약을 복용해 증상의 개선이 보이는 현상이다. 약뿐만 아니라 시늉만 하는 가짜 수술로도 환부의 통증이 경감된다는 주장은 제법 오래됐다.

가짜 수술의 효과를 알아본 실험도 여럿이다. 미국 의사들은 1990년대 의자에서 일어서기 힘들 만큼 무릎이 망가진 환자 180명을 모집한 뒤 무작위로 90명씩 A, B 그룹으로 나눴다.

가짜 수술의 플라시보 효과는 여러 실험에서 입증됐지만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사진=pixabay>

먼저 A 그룹은 진통제를 맞고 얇은 금속 튜브를 무릎에 넣어 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와 달리 B 그룹은 진통제 투여와 무릎 부위의 작은 절개만 실시하고 튜브 삽입이나 치료는 진행하지 않았다.

제레미 교수는 "당시 집도의나 간호사는 실제 수술과 비슷한 소리를 냈고, B 그룹 환자들은 진짜 수술이 이뤄졌다고 믿었다"며 "희한한 것은 이후 2년간 진행한 추적 관찰에서 B 그룹 환자들이 뚜렷한 통증 개선을 경험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짜 수술의 효과를 들여다본 53건의 실험을 조사했더니, 그중 39건(74%)이 환자의 통증을 완화했고, 27건(51%)은 실제 수술과 대등한 수준의 개선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연구에서 검토한 가짜 수술은 의료용 뼈 시멘트 주입, 뇌 임플란트 수술, 소화관 출혈을 막는 레이저 수술, 항문 괄약근 기능 개선 수술 등"이라고 전했다.

제레미 교수는 가짜 수술의 장점이 뚜렷하지만 아직 정식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여러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여전히 미국에서만 매년 100만 건 넘는 무릎 관절경 수술이 이뤄진다"며 "가짜 약을 이용한 플라시보 치료는 행해지지만 가짜 수술은 아직 위험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 수술의 효과는 실제 수술에 필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진=pixabay>

교수는 "가짜 수술을 엉터리 수술(sham surgery)로 표기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인상을 심어준다"며 "사실 가짜 수술은 실제 수술과 달리 환부에 직접 닿지 않아 침습성이 덜하고 감염병 위험이 낮으면서 효과는 뛰어나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짜 수술은 이제 플라시보 수술이나 저침습 수술로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동물은 상처가 나면 자동 재생 메커니즘이 활성화되는데, 굳이 메스를 대지 않고 수술을 받았다는 상상만으로 삶의 질이 개선된다면 가짜 수술을 마다할 환자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레미 교수와 달리 가짜 수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실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환자가 과도하게 움직이다 관절 상태가 악화한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학자는 약과 수술이 인체에 주는 영향이 다른 만큼 가짜 수술의 적용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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