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잠수정에 탄 채 주사기를 통해 사람 몸으로 들어간 공군조종사 이야기 ‘이너스페이스’(1987)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28일 공개한 초소형 전자칩은 불과 0.1㎣의 아주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눈으로 겨우 확인 가능한 압전변환기(piezoelectric transducer, 피에조 변환기)에 저전력 온도센서를 결합한 장치로 주사기를 통해 인체에 이식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단일 칩 시스템(System on a Chip, SOC)인 이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는 칩을 인간이 어디까지 작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했던 연구팀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0.1㎣ 크기의 전자칩 <사진=컬럼비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이 극소형 칩에는 온도 센서가 달려 있어 생물의 체내에 이식하면 실시간으로 체온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숫자만으로 감이 잘 안 오겠지만 0.1㎣는 집먼지진드기 수준의 크기로 현미경이 아니면 관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전자칩에 통신기능을 장착하려면 RF(radio frequency) 회로가 들어간 모듈을 사용한다. 하지만 집먼지진드기 크기로 소형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연구팀은 초음파를 발신하는 압전변환기를 동원했다. 압전현상(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전위차)을 이용한 이 장치는 전기에너지를 음향에너지로 변환한다. 압전변환기는 초음파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체내에 들어갈 초소형 장치에 안성맞춤이다.

소형화돼 사람 몸속을 탐험하는 공군조종사 이야기 '이너스페이스' <사진=영화 '이너스페이스' 포스터>

연구팀은 주사기를 이용해 이 장치를 실험쥐 근육에 최대 7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초음파에 의한 신경자극이 관찰됐고 체온 변화 감지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향후 연구팀은 이 장치를 인체에 이식해 무선으로 체온을 측정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딜 가나 체온 측정이 필수가 된 시대, 혹시 모를 체온계 오작동이나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장치에 어떤 기능을 부착하느냐에 따라 체온이나 혈압, 혈당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며 “내시경을 통하지 않고도 체내 구석구석을 보다 정밀하게 관측할 날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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