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1년 아프가니스탄 분쟁 당시 엄청난 전공을 세운 전설의 스나이퍼가 러시아에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면서 그 정체에 관심이 쏠렸다. 

CBC뉴스는 캐나다 스나이퍼 왈리(Wali, 40)가 지난 4일 캐나다를 출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집결한 의용병 ‘국제부대’에 가세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시작된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외국인 지원병을 모집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절박한 호소에 각국에서 2만 명 넘는 용병들이 모였다. 이 중에는 각종 전투에서 활약한 정예도 적잖았다.

왈리는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용병이다. 최장 저격 거리 기록을 가진 그는 왈리라는 닉네임 외에는 별다른 신상정보가 밝혀지지 않았다.

캐나다 CBC뉴스와 인터뷰에 응한 왈리 <사진=CBC News: The National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Leaving Canada, entering a war in Ukraine' 캡처>

왈리는 아프가니스탄 분쟁 때 얻은 별명이다. 캐나다 왕립 육군 제22연대(캐나다군 보병연대) 출신인 그는 2009~2011년에 걸쳐 칸다하르에서 싸웠고 2015년 이라크로 건너가 이슬람 부대들과 교전했다.

그가 ‘전설의 스나이퍼’란 칭호를 얻은 것은 2017년이다. 당시 장거리 저격총 맥밀란 TAC-50로 IS(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를 3.54㎞ 거리에서 저격했다. 이는 현재까지 세계 최장 저격 기록으로 남아있다.

왈리가 단순히 정확도만 가진 건 아니다. 동유럽 매체 넥스타(NEXTA)는 스나이퍼의 평균 저격 성공률이 최대 하루 7명이고 전선에서 최대 10명인데 비해 왈리는 하루 최대 40명을 맞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대단한 스나이퍼가 러시아에 맞서게 된 건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인도적 활동 중인 친구의 연락이 결정적이었다. 참전을 결심한 순간에 대해 왈리는 CBC뉴스에 “사이렌을 들은 소방대원이 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캐나다 저격총 맥밀란 TAC-50를 소개하는 총기 전문 유튜버 <사진=Gungineering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cMillan Tac-50C First Impressions' 캡처>

그는 “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캐나다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평범한 40대”라며 “러시아는 현재 대전차미사일까지 동원해 사람들을 학살하려 한다. 때문에 7700㎞ 떨어진 우크라이나 벽지에서 러시아군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어린 아들이 걸린다는 왈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영상을 뉴스로 보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내 가족 같았다”며 “전쟁에 나서기 위해 아들 돌잔치도 접었다. 제 인생에 가장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및 유럽연합(EU) 가입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13만 대군을 국경에 집결시켰다. 미국 등 서방의 경고에도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민간인 시설에도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막기 위해 훈련받은 1만여 장교와 2만여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의용병을 파견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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