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간혹 사람처럼 자살한다."

학계에서 오랜 기간 논란이 돼온 이 가설은 2020년 현재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동물에게서 우울증이 관찰되므로 얼마든 자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동물이 스스로 죽는 것처럼 보일 뿐 자살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다만, 아래와 같이 실제 벌어진 사건들을 보면 동물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2005년 3월 스코틀랜드에서는 멀쩡한 개들이 다리 아래로 투신해 죽는 불가사의한 사건이 벌어졌다.

스코틀랜드 던바튼 지역 오버튼하우스 부근에 놓인 이 다리에서는 6개월에 걸쳐 적어도 개 다섯 마리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 당시 개와 산책하던 여성이 다리에 이르러 개가 갑자기 짖으며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오버튼하우스는 개가 자살하는 고장으로 유명해졌다.

2005년 7월 터키에서는 양 1500마리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문을 통해 ‘양 집단자살소동’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던 이 사건으로 양 1500마리 중 450마리가량이 죽었다. 목격자들은 “양들이 벼랑으로 몰려가더니 몸을 던졌다.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02년 프랑스에서는 늑대에게 쫓기던 양 400여 마리가 차례로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양들은 늑대에 쫓기며 집단 패닉에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들이 집단 혹은 단독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자살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들이 많다. 동물 자살을 인정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쥐과 동물 레밍이다. 선두가 나서면 뒤에 있던 무리도 의지와 상관없이 따르는 ‘레밍효과(Lemming Effect)’도 이 동물에서 유래됐다. 레밍은 떼를 지어 특정 장소로 이동한 뒤 높은 곳에서 모두 뛰어내려 ‘자살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영화 '콜 오브 와일드' 스틸>

미 국립 아동보건∙인간발달 연구소(NICHD) 스티븐 J.수오미 박사는 수차례에 걸친 동물실험 결과를 들어 “인간 자살의 원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우울증이다. 동물 역시 인간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며 동물 자살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론 동물들이 자살을 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개 투신 사건과 관련, 동물학대방지협회 관계자 조이스 스튜어트는 “개는 자살하는 특성이 없다. 죽음을 예감한 개가 특정한 장소로 가서 죽는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개가 자살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인간과 가깝게 지내는 동물, 즉 개나 말이 주인이 죽으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슬피 울다 죽는 경우 등이 동물 자살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한다. 반면 동물에게 죽음의 관념 자체가 없어 이를 자살로 보기는 무리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동물의 자살을 부정하는 학자들은 레밍이나 양, 스프링복, 고래의 떼죽음이 단순한 ‘사고’라고 분석한다. 수많은 동물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다 발생한 사고 때문에 떨어져 죽는 것뿐이라는 견해다.

하지만 1980년대 중국 신닝 지방 산간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기묘하기 짝이 없다. 사람과 원숭이의 중간 단계로 보이는 동물이 발견됐는데, 당시 학자들은 인간과 원숭이를 절반씩 닮은 동물의 겉모습에 주목했다.

숲에서 발견된 동물은 사람들에게 포획돼 민가로 내려왔고, ‘마오공’이라고 불렸다. 마오공의 소식은 금세 퍼졌다. 과학자들은 마오공이 인간보다는 원숭이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뒤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던 마오공은 1987년 11월23일 목매 죽은 채 발견됐다.

마오공이 죽은 뒤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마오공이 원숭이에 가까운 동물이라면, 사람처럼 목을 매 자살할 리가 없다는 게 논쟁의 핵심이었다. 결국 마오공이 원숭이인지, 아니면 유인원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인지 의문은 33년이 지난 지금도 풀리지 않았다. 마오공의 이야기는 마르탱 모네스티에는 저서 ‘자살백과’ 등 책을 통해서도 언급돼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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