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공격력을 가진 수컷 백상아리에게 놀라운 치유 능력까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범고래 등 적과 사투를 벌이거나 배의 스크루에 스쳐 생긴 상처가 시간이 흐르면 깨끗하게 완치된다는 사실은 장기간 추적 조사 결과 밝혀졌다.

미국 노바사우스이스턴대학교 연구팀은 19일 공식 채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해양 생태계 정점에 군림하는 백상아리가 암컷은 물론 수컷까지 독보적인 치유 능력도 보유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컷 백상아리의 등지느러미가 5년 만에 거의 완치된 사실을 화상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 생물이 입은 외상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복구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백상아리의 경우 그 속도나 치유 수준이 아주 뛰어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대단한 치유력을 확인해 준 것은 2017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앞바다에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 수컷 백상아리다. 등지느러미가 도려내듯 뜯겨 나가 초승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연구팀은 이 개체를 크레센트(crescent, 초승달)라고 불렀다. 

백상아리 수컷도 암컷에 버금가는 치유 능력을 가진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pixabay>

크레센트를 추적 관찰한 연구팀은 2022년 등지느러미가 거의 매끈하게 나은 것을 확인했다. 크레센트를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연구팀은 상처가 거의 나은 것으로 파악했다. 등지느러미가 대부분 뜯겨 나갈 경우 다른 어류는 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다.

조사 관계자는 "크레센트가 다친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백상아리는 범고래 등 대형 포유류와 싸우거나 선박에 부딪혀 심하게 다치기도 한다"며 "짝짓기 시기 백상아리 수컷은 아주 사나워 암컷을 물어뜯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백상아리 수컷에 공격받은 암컷은 대개 심하게 다친다"며 "이 상처를 가급적 빨리 치유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백상아리 암컷들은 놀라운 치유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백상아리 암컷은 짝짓기 시기 수컷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약 2배 두꺼운 피부를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은 동족 수컷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산물로 여겨진다.

2017년 등지느러미가 거의 뜯겨 나간 크레센트(위)와 2022년 지느러미가 거의 치유된 크레센트 <사진=노바사우스이스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다만 연구팀은 크레센트의 배지느러미 부근 클래스퍼, 즉 짝짓기 동안 정액을 암컷의 쇄골 속으로 흘려보내는 기관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즉 클래스퍼 같은 백상아리 수컷도 뛰어난 회복 능력을 가졌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일부 어류의 강력한 치유력은 상어는 물론 가오리에게서 확인되는 특징"이라며 "배와 충돌사고가 늘고 있는 고래상어는 불과 35일 만에 조직 손상의 90%가 낫는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19년 상어 게놈 분석에서 몸의 상처를 잘 낫게 하는 유전자 수준의 적응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번 추적 조사는 백상아리 수컷에게도 힐링 펙터가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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