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홀수와 짝수를 구별할 줄 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 수를 셀 수 있다고 여겨졌던 꿀벌에게 보다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호주 디킨대학교 연구팀은 29일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한 논문에서 홀수와 짝수를 구별하는 능력이 인간 외에 꿀벌에게서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홀수와 짝수는 각각 1, 3, 5, 7, 9와 0, 2, 4, 6, 8로 끝나는 수다. 단순히 계산을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있어 추상적이면서 고도의 수적 개념으로 작용해온 게 홀수와 짝수다.

예컨대 짝수에 대해서는 오른손, 홀수에 대해서는 왼손 반응이 대체로 빠르다. 대개 사람은 홀수보다 짝수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류한다. 수를 배우는 아이들은 짝수를 오른쪽, 홀수를 왼쪽 개념과 연관 짓는 경향이 있다. 이는 홀수와 짝수에 관한 학습이나 타고난 능력에 어떤 치우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꿀벌이 홀수와 짝수를 높은 확률로 구분해낸다는 최신 실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꿀벌이 가진 수학적 지능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인간 이외의 동물이 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내면 홀수와 짝수에 대한 치우침이 왜 발생하는지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연구팀은 꿀벌을 A와 B그룹으로 나누고 1~10개의 도형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줬다. A그룹의 경우 짝수 카드를 고르면 달콤한 설탕물을 주고, 홀수 카드를 고르면 쓰디쓴 노각나무 수액을 급여했다. B는 이를 반대로 적용하고 두 그룹을 반복 학습시켰다.

40세트 정도의 훈련을 거친 뒤 A그룹 꿀벌들은 80% 넘는 확률로 짝수 카드를 골라냈다. 특이하게도 홀수 카드를 골라야 설탕물을 얻은 B그룹 꿀벌들의 학습 속도가 더 빠르고 정답률도 높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꿀벌들이 홀수와 짝수를 구분하는 학습 패턴은 짝수를 빨리 외우는 인간과 정반대”라며 “훈련을 마친 꿀벌들에게 10개가 넘는 도형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줬더니 11을 홀수, 12를 짝수로 인식하는 정답률이 70%가 넘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도형 수가 홀수와 짝수인 카드를 보드에 걸고 총 40세트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진=디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이는 아주 작은 뇌를 가진 꿀벌일지라도 홀수와 짝수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며 “뉴런이 고작 96만 개인 꿀벌이 860억 개나 되는 인간처럼 홀짝을 구별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홀수와 짝수 분류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도 측정했다. 이를 위해 뇌의 신경회로를 모방한 인공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에 홀수와 짝수를 구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인공 뉴럴 네트워크는 기계 학습을 위해 개발된 최초의 학습 알고리즘 중 하나다. 생물의 뉴런을 힌트로 만들졌으며 명제 논리를 이용, 복잡한 인지 및 분류 작업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일부러 뉴런이 5개밖에 없는 인공 뉴럴 네트워크를 실험에 동원했다.

꿀벌은 전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갖춘 곤충으로 인식됐다. <사진=pixabay>

0~40개의 신호를 보내 그것이 홀수인지 짝수인지 분류시킨 결과, 인공 뉴럴 네트워크는 작은 규모에도 100% 성공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홀수와 짝수를 분류하는데 인간처럼 크고 복잡한 뇌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다만 인공 뉴럴 네트워크와 꿀벌이 같은 방식으로 홀짝을 분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꿀벌이 홀수와 짝수를 어떻게 분간했는지 메커니즘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카드 속 도형을 2개씩 묶어 짝을 이루지 못한 것을 구분했다고 보는 게 현재 가장 타당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수학이 인간의 뇌만 가능하지 않다는 추가 증거들을 찾기 위한 실험을 계속할 방침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