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거리며 음식을 먹거나 시도 때도 없이 콧물을 삼키는 소리에 혐오감을 느끼는 건 ‘거울뉴런’의 과민반응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팀은 28일 신경과학전문지 저널오브뉴로사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소음을 못 견디는 ‘미소포니아(misophonia)’의 원인은 거울뉴런에 따른 청각피질과 자율신경계의 과다 접촉이라고 주장했다.

미소포니아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내는 특정 소리를 못 견디는 것을 뜻한다. 음식 씹는 소리, 콧물 훌쩍대는 소리, 재채기나 기침, 심지어 숨 쉬는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대개 강한 불쾌감을 동반하고 심하면 맥박이 올라가며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미소포니아는 누가 귀에 대고 소음을 내는 듯 고통을 느낀다. <사진=pixabay>

청각과민증과 미소포니아는 다른 구조로 발생한다. 청각과민증은 청각기관이 소리를 청신경계로 전달하는 과정 상의 문제로 야기된다. 미소포니아는 청각피질이 받아들인 소리가 감정을 유발하는 변연계나 긴장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전자는 소음의 양이나 높낮이, 후자는 소리가 나는 상황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

미소포니아의 원인은 뇌가 외부 소리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문제, 즉 청각피질의 과민반응으로 여겨져 왔다. 뉴캐슬대학교 연구팀은 미소포니아를 가진 사람들을 동원한 실험에서 청각피질이 소음을 받아들이면 갑자기 거울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자율신경계 등의 과민반응을 야기하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험 관계자는 “미소포니아를 가진 사람들은 대개 타인의 목이나 입, 코에서 나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신경질적이 된다”며 “청각피질과 연결된 자율신경계가 급격히 예민해지는 원인이 거울뉴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스틸>

이탈리아 학자 지아코모 리졸라티(84)가 발견한 거울뉴런은 본인이 직접 행동할 때와 그 행동을 보거나 상상할 때 모두 똑같이 반응하는 뉴런을 의미한다. 뇌의 여러 영역에 분포하는 거울뉴런은 관찰이나 상상 등 간접경험만으로 실제 행동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부모 말을 듣고 따라하며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도 거울뉴런이 관여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미소포니아를 가진 사람들이 타인이 내는 소리를 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쉽게 분노를 표출한다고 추측했다.

또한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일부가 혐오하는 소리를 직접 흉내 낼 때 스트레스가 경감되는 현상도 발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싫어하는 소리를 따라할 때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뇌 기능이 회복됐다”며 “연관성을 연구하면 미소포니아의 직접적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캐슬대학에 따르면 현재 세계 전체 인구의 최대 20%가 미소포니아로 고통받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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