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우주로부터 날아드는 전파에 숨겨진 기묘한 신호들을 포착했다. 천문학계는 외계 생명체가 관여된 현상이 아닐지 조사에 나섰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소개된 논문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 프로젝트(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의 관측 데이터 분석 결과 흥미로운 8가지 신호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지구로 도달하는 전파를 통해 외계 생명체를 찾아왔다. 지구를 향한 우주 전파에는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는데, 사람이 분석하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심지어 지구에서 방출된 전파를 우주 전파로 착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외계 생명체 특정을 위해 학자들이 찾는 신호를 '와우 시그널(Wow! signal)'이라고 한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낸다고 여겨지는 강한 협대역 신호다. SETI 프로젝트 참가자이자 대학교수 제리 이만은 1977년 수신된 전파를 프린트해 분석하던 중 전에 없던 특이한 신호를 발견하고 놀라 종이에 'Wow!'라고 적었고, 이것이 특별한 우주 전파의 통칭으로 굳어졌다.

우주로부터 날아드는 전파에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 중에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흔적이 포함됐을지도 모른다. <사진=SETI 공식 홈페이지>

아쉽게도 지금까지 숱한 연구에도 학자들은 우주의 특정한 협대역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 거리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세히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지구 자체의 잡음, 즉 전파 속에서 우주에서 온 것들만 골라내는 것은 만만찮은 작업이다.

우주 전파 탐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AI를 동원했다. AI를 활용해 일종의 신경망을 구축하고, 2016년부터 지금까지 820개 별을 480시간 동안 관측한 SETI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기존 알고리즘이 놓치고 있던 8가지 주목할 만한 신호가 확인됐다.

조사 관계자는 "우주 전파 검출에 동원되는 알고리즘은 인간의 작업을 보다 쉽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였다"며 "이걸 빠르고 방대한 기계 학습이 가능한 AI가 단번에 해결해 줬다"고 전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의 지적 문명체가 실존한다면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전파를 발산하고, 이것이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pixabay>

이어  "우주 전파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에 AI가 가세하면 탐색 속도가 2배는 빨라진다"며 "알고리즘이 인간의 명령대로 작동하는 데 비해 AI는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가 가능해 간과했던 전파를 찾아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뽑아낸 특정 신호 8개가 정말 외계 문명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이제 막 이 전파들의 검증을 시작했다. 조사 관계자는 "지구 입장에서 어떤 전파가 외계 문명의 것인지 아직 확실히 모르기에, 특이한 전파를 골라 비슷한 것끼리 묶고 리스트로 만들어 범위를 좁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구 밖에서 온 전파라는 확신이 든다고 해서 송신한 외계 문명이 어떤 수준인지 바로 알기도 어렵다"면서도 "우주 전파에서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는 막연한 작업에 AI를 동원,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만 해도 이번 연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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