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미 의식을 형성했을 수 있다는 컴퓨터 공학자 발언에 파장이 확산됐다.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스카이넷이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 주장은 오픈AI(Open AI)의 수석 연구원 일리아 수츠키버(36)가 제기했다.
수츠키버는 현재 각국이 개발하고 있는 AI가 의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트윗을 지난 10일 공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해당 트윗에서 수츠키버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방대한 용량의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에는 희미하나마 의식이 존재할지 모른다"며 "비약적으로 진보하는 AI는 머잖아 스스로 의식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52) 등과 오픈AI를 설립한 수츠키버는 전부터 인류와 맞먹는 지능을 가진 범용인공지능(AGI)에 관심을 보여 왔다. 2019년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휴먼(i Human)'에도 출연한 그는 "AGI가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이테크의 순기능을 강조해온 일리야 수츠키버가 AI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견해를 피력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의 트윗은 최근 AI들이 노출해온 여러 가지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짧은 시간에 학습하고 응용하는 AI는 개발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논란을 만들어 왔다. 오픈AI가 개발한 문장 생성 AI 'GPT-3(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3)'는 워낙 성능이 뛰어나 실제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뉴스를 간단하게 만들어냈다.
일리아 수츠키버의 트윗은 큰 관심을 받은 동시에 적잖은 비판에도 직면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AI 전문가 토비 월시 박사는 "AI 연구자들은 이런 식의 발언으로 대중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곤란하다.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억측 때문에 AI나 하이테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잘못되면 이를 바로잡는 데만 수 개월이 걸린다"고 아쉬워했다.
코펜하겐대학교 레온 델신스키 교수도 "지구와 화성 사이 어딘가에 태양을 공전하는 찻주전자가 있을지 모른다"며 "이런 황당한 주장이 일리야 수츠키버의 이번 발언보다 낫다"고 꼬집었다.
학자들의 비판 속에도 일리아 수츠키버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틀 뒤인 12일 트위터에 "자아는 대개 적(Ego is mostly the Enemy)"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고 다시 한 번 인간이 만든 인공 자아의 위험성을 역설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