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인 달 탐사 일정이 2027년으로 밀린 가운데, 경쟁 국가 중국의 기세가 만만찮다.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과 우주개발 수위를 다투는 중국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달 초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 추진 중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Artemis)의 3차 미션 일정을 2027년 중반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우주비행사가 달에 내리는 아르테미스 III 미션은 당초 2025년 9월로 예정됐으나 2026년 4월, 2027년 중반으로 두 차례 일정이 조정됐다.

NASA가 아르테미스 III 미션을 또 연기한 이유는 오리온(Orion) 우주선의 차폐 기능 이상이다. 비행사들이 타고 달까지 이동할 오리온 우주선은 초대형 로켓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을 이용한 아르테미스 I 미션에서 내열 차폐 문제가 확인됐다.

태양광 발전 패널을 펼친 채 달 궤도를 도는 오리온의 상상도 <사진=NASA·록히드 마틴 공식 홈페이지>

2022년 무인으로 진행된 아르테미스 I 미션은 SLS에서 탑재된 오리온이 예정 고도에서 사출돼 달 주회궤도를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이었다. 태평양에 착수한 오리온을 회수한 NASA는 조사 과정에서 내열 차폐 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했다.

NASA 관계자는 "대기권 재진입 시 오리온은 시속 약 3만9590㎞에 달했고 내열 실드는 섭씨 2760℃ 넘는 고온에 노출됐다"며 "오리온이 지구로 돌아올 때 일부 손상은 예상했으나 우주비행사를 지켜줄 내열 차폐 실드가 허용치 이상까지 벗겨졌다"고 설명했다.

비행사가 탑재하는 크루 모듈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오리온 구조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엔지니어들은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올해 5월 문제점을 찾아냈다. NASA 관계자는 "오리온이 대기권에 진입하고 나서 고도를 올릴 때 내열 실드 바깥 층 내부에 열이 축적되고 그로 인해 생성된 가스가 쌓였다"며 "이 때문에 내부 압력이 높아져 내열 실드의 외부에 균열이 생겼고 불규칙한 박리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테미스 II 미션부터는 우주비행사가 탑승하기 때문에 오리온의 내열 실드는 완벽한 내구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비행사를 태운 채 달 주회궤도만 돌고 귀환하는 2차 미션에서 내열 실드를 그대로 두고 대기권 진입 각도만 바꾸기로 했지만 보다 확실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2, 3차 미션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11월 오리온 우주선을 탑재한 채 발사되는 SLS. 로켓 연료 누출 문제로 예정된 일정을 한참 넘긴 뒤였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미국이 아폴로 계획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추진 중인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는 1차 미션부터 난항이었다. SLS의 연료 누출 문제가 발목을 잡아 발사 일정이 5회 밀렸고 오리온 우주선의 차폐 기능 이상으로 2, 3차 미션이 더 늘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 사이 중국의 우주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어느 쪽이 먼저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낼지 주목된다.

중국은 이미 2030년 유인 달 탐사를 진행한다고 공언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직 3년 여유가 있지만 NASA의 아르테미스 예산이 줄었고 추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곧 출범하게 되면서 여러 변수가 산재한 상황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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