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만 년 전 인류가 나무로 만든 몽둥이에서 고도의 가공 기술이 확인됐다. 학계는 초기 인류가 가문비나무 가지를 이용해 공기역학·인체공학에 기반한 무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레딩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19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30만 년 전 초기 인류가 제작한 무기에서 고도의 목재 가공 기술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독일 쇠닝엔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양쪽 끝이 뾰족한 나무 무기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당시 인류가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정교한 목재 가공술을 지녔으며, 이를 통한 무기 개발로 집단 사냥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길이 약 77㎝의 투척형 나무 무기 <사진=레딩대학교 공식 홈페이지·Volker Minkus>

연구팀 주장을 뒷받침하는 무기는 1994년 쇠닝엔 유적에서 나온 길이 약 77㎝의 나무 몽둥이다. 창처럼 던지거나 칼과 같이 찌르기 위해 가공됐는데, 겉껍질을 벗겨내고 공기역학적 형태로 성형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고대인들은 나무 표면을 깎고 갈라지거나 휘어지지 않도록 수차례 건조하고 연마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 도구를 만든 것이 정확히 어느 종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령대로 따지면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또는 네안데르탈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나무 막대는 비록 단순해 보이지만 초기 인류는 이를 이용해 사슴이나 노루 등 중형 사냥감을 어렵잖게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인류는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물론 요리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냈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크기나 모양으로 미뤄 산토끼나 새 등 도망치는 속도가 빠른 소형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서도 나무 몽둥이를 썼을 것"이라며 "형태로 미뤄 창처럼 어깨너머로 던지지 않고 부메랑처럼 회전을 걸어 비스듬히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아마 30m는 날아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초기 인류가 만든 이런 무기들은 가볍지만 날아갈수록 속도가 붙어 사냥감에 치명적인 충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세심하게 표면을 깎고 손잡이 부분을 다듬는 등 일회용이 아닌 반복적으로 사용한 개인 무기라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쇠닝엔 유적에서 나온 투척형 나무 몽둥이의 예상 사냥감 및 비거리(노란 테두리) <사진=레딩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인류는 이 가벼운 나무 무기를 개발한 이후부터 아마 집단 사냥에 나섰을 것"이라며 "돌이 아닌 나무 몽둥이를 사냥에 사용한 것으로 미뤄 성인은 물론 아이들까지 포함한 집단 사냥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초기 인류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있었고 나무의 특성 또한 깊이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날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세련되고 많은 목공 기술을 당시 사람들도 대략 갖추고 있었음을 알려준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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