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들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가끔 수학공식처럼 일정한 형태로 발현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로그 나선(Logarithmic spiral)'이다. 달팽이 껍질과 같이 자연에서 나타나는 나선형이 종종 일정한 비율을 나타낸다는 사실은 르네상스시대 영국 대표 건축가이자 천문학자 크리스토퍼 렌에 의해 발견됐다.
최근 과학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자연의 패턴은 동물의 이빨과 뿔, 발톱, 부리는 물론 식물의 가시 등 뾰족한 원뿔의 모양에서 나타났다. 호주 모나시대학교 진화생물학자 알리스테어 에반스 교수 등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BMC 바이올로지 저널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에반스 교수는 수년간 동물의 이빨이 자라는 방식에 대한 패턴을 찾고 있었다. 치아가 길어질수록 얼마나 넓어지는지 수년간 수백 개의 이빨을 측정한 결과 그 모양을 결정하는 수학공식을 찾아냈다.
이런 공식이 도출되는 것은 이빨의 너비와 길이 사이에 '수학적인 힘의 법칙(mathematical power law)'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공식에 '파워 캐스케이드(power cascade)'라는 이름을 붙였다. 힘이 이빨의 날카로운 윗쪽부터 넓직한 아래 쪽으로 폭포(cascade)처럼 분산되며 내려온다는 의미다.
이런 패턴은 고대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매머드, 상어, 인간에까지 모두 적용됐다. 또 같은 개체에서도 발톱과 뿔, 송곳니 등 각자 다른 부위의 원뿔형 기관들이 동일한 규칙을 따랐다. 연구팀은 이런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은 이들 부위가 동일한 작업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공룡은 먹이를 물어뜯기 위해 이빨은 물론 발톱도 사용한다.
이런 법칙은 생물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미 멸종된 생명체들의 모양을 유추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진화 과정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또한 파워 케스케이드를 이용하면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용의 이빨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전설 속 짐승의 뿔과 발톱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에반스 교수는 "생물이 어떤 모습을 갖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 패턴이 발견되는 구조와 분류군이 매우 넓기 때문에, 파워 캐스케이드는 무수한 유기체 성장의 기본 패턴인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물론 구부러진 뱀의 송곳니와 같이 예외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다만 이빨 외에도 작동하는 다른 부분과 이 부분들이 만들어내는 힘의 모양들을 고려하면, '힘의 법칙'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이런 점들을 더 확실하게 밝혀내기 위해 후속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