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요즘 벛꽃으로 시끌하다. 지난 14일 도쿄에 벚꽃이 개화했다고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뒤 꽃놀이 나들이객이 급증, 지난 주말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1784명까지 늘어났다.

수세기에 걸쳐 지켜온 일본의 벚꽃놀이 전통은 과거 귀족들의 취미에서 국민적인 행사가 된지 오래다. '하나미(花見)'라고 불리는 일본의 벚꽃놀이는 단순히 꽃을 즐기는 것뿐 아나라 봄의 신을 맞이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서기 812년부터 수도였던 교토의 벚꽃 개화 시기를 상세하게 기록해 왔다. 그간 가장 빠른 벚꽃 개화는 1409년 3월 27일이었다. 그리고 올해 그 기록이 깨졌다. 지난 26일, 일본 기상청은 교토의 벚꽃이 만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벚꽃 개화가 기록된 이래 가장 빠른 날짜다.

서기 812년 이후의 교토 벚꽃 개화시기 그래프 <사진=오사카부립대학교>

과학자들은 이를 지구온난화의 생생한 증거로 꼽았다. 기후과학자 마이클 만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벚꽃 개화 시기와 같은 증거는 과학자들이 과거 기후를 재구성하기 위해 조사하는 역사적 '대리' 측정치 중 하나"라며 "이는 수천 년을 거슬러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교토의 벚꽃 개화는 평균적으로 4월 17일경이었다. 그러나 지난 세기에는 4월 5일로 열흘 이상 앞당겨졌다. 도쿄도 마찬가지로, 올해 개화 시기는 평균보다 12일이나 앞섰다.

과학자들은 1200년에 걸친 교토의 벚꽃 개화 데이터를 분석, 그래프로 그려본 결과 최근 개화 시기가 급격하게 빨라진 것을 발견했다. 특히 1830년대 이후와 1971~2000년 사이가 눈에 띈다.

이 시기는 교토에 도로와 건물이 대거 건설되며 벌목이 집중됐던 때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1.1℃의 기온 상승이 개화 시기를 2.3일 앞당겼으며, 2.2℃의 상승은 4.7일을 단축시킨다는 사실도 발견해냈다. 벚나무뿐 아니라 다른 꽃나무들도 지난 25년 동안 평균 5.5일 일찍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만개한 벚꽃 <사진=pixabay>

이는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서울 여의도 벚꽃 개화가 100년 만에 가장 빨랐다. 지난해 워싱턴DC의 벚꽃 개화 역시 지난 100년간 평균인 4월 3일을 무려 2주나 앞당겼다. 과학자들은 이런 상태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2050년에는 5일, 2080년에는 10일 더 벚꽃 개화가 빨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동식물 행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데이터가 대부분 수십년 이내에 불과한데, 일본의 벚꽃 데이터는 기후 변화가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잘 기록된 사례로 꼽는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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