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운 수 중에서 허수나 복소수 등을 평소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무언가를 나타낸다. 1이나 2는 말할 것도 없고, 0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의미하지만 온도 0℃는 물이 어는 점을 말한다. 무한소수인 파이(π) 역시 원주율을 말한다.

하지만 -1의 제곱근인 허수(단위 i)나 실수 a와 b에 대해 'a+bi' 형태로 나타나는 복소수가 실제 존재하는 숫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양'이 아니라 '상태'를 나타내는 복소수는 양자 이론에서 중요하다. 작은 양자 입자의 동작을 설명하는데 사용하는 방정식은 복소수로 표현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허수나 복소수가 양자 이론에서 '자원(resource)'인지를 알아봤다. 자원이란 '없었다면 불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가능케 하는' 특별한 속성이다. 만약 허수와 복소수가 자원이라면 단순한 수학적 도구가 아니라 무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와 중국과학기술대학교 등이 참가한 연구진은 최근 피지컬 리뷰 A 및 피지컬 리뷰 레터 저널을 통해 '복소수는 양자에 대한 실제 정보를 전달하는 자원'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카를로 마리아 스칸돌로 교수는 "복소수는 단순한 수학적 인공물이 아니다"라며 "복소수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는 이론을 이용했다. 이는 한 계의 상태가 관측으로 결정되면 얽혀있는 다른 계의 상태까지 동시에 결정된다는 것으로, 두 계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순식간에 정보가 다른 계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얽힌 광자를 두 개의 수신기로 각각 보내, 수신기가 자기 쪽으로 도착한 광자의 상태를 측정한 다음 이들의 값을 비교해 일치하는지를 계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수신기가 일부 양자 상태 쌍의 상태를 100% 정확도로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 측정값 계산에 허수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즉 복소수가 등장하는 경우에만 가능했다.

스칸돌로 교수는 "허수를 제거하면 두 상태를 구분하는 능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며 "실험 결과는 수학과 똑같다. 허수가 없으면 양자 시스템에 대한 실제 정보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이제 허수가 양자 자원이 될 수 있는 다른 상황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또 허수에 의해 전달되는 정보는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팅에서 할 수 없던 일이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칸돌로 교수는 "기본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양자 자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양자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방법으로서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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