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도 개와 마찬가지로 친한 인간의 목소리를 구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개와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온 늑대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는 25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야생 늑대들이 사람에 길든 개처럼 친숙한 인간의 목소리를 분명히 인식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개가 인간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은 오랜 세월 사람을 따르도록 선택적 번식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상식에 의문을 품었다. 개의 조상인 늑대도 사람 목소리를 구분할지 모른다고 여긴 연구팀은 이를 입증할 실험을 기획했다.
연구팀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1~13세 회색늑대를 암수 구분 없이 24마리 선별하고 사육장에 넣었다. 야생 늑대들이 사람 음성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스피커를 통해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계속 틀어줬다.
며칠이 지난 뒤부터는 스피커를 통해 늑대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육사 목소리를 섞어 내보냈다. 문장은 "귀염둥이들" "오늘 기분은 어때" 등 짧고 명료하게 구성했다.
연구팀은 늑대들이 친숙한 사육사 목소리가 나올 때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들어 스피커 쪽을 바라보는 것에 주목했다. 반려견이 주인의 목소리에 대해 반응하는 것과 아주 흡사했다. 늑대들은 사육사가 아닌 다른 사람 목소리가 나오자 즉시 시선을 돌려버렸다.
실험 관계자는 "보다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사육사 목소리로 다른 문장들을 스피커로 틀어봤다"며 "늑대들은 처음 듣는 표현임에도 목소리를 알아채고 똑같이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색늑대는 여러 늑대들 중에서도 개의 직접적 조상으로 추측되는 종"이라며 "다른 종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해봐야 하겠지만, 늑대가 개처럼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한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동물이 인간의 목소리를 인식한다는 사실은 오래전 밝혀졌다. 다만 어떤 동물이 이런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로 개를 비롯해 고양이, 원숭이, 코끼리 등 고등동물이 사람 음성은 물론 대화 내용까지 이해한다고 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추측일 뿐이다.
실험 관계자는 "다양한 동물이 인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힘이 일반적이라면 동물들은 상상 이상으로 종의 울타리를 넘어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