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인격장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인 사이코패스가 대표적이고, 과도한 자기애로 말미암은 나르시시즘도 유명하다. 여기에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괴물 인격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가 탄생한다.

어두운 인격 세 개가 결합한 ‘다크 트라이어드’는 도덕성이 결여되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자기애가 흘러넘쳐 범죄심리학에서는 꽤 위험한 범죄주체로 여겨진다.

사이코패스는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갖고 있는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 공감, 연민이 결여돼 있다. 일일이 트집 잡는 상사를 보면 누구나 속으로 해코지하고 싶어지는데, 사이코패스는 이를 실행해버린다. 이런 행위를 억제하는 브레이크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곧장 폭력을 저지른다.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이 결합된 다크 트라이어드 <사진=pixabay>

마키아벨리즘은 사람을 조종하는 특수능력을 동반한다. 교활한 말로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권력이나 지위, 돈에 강하게 집착한다. 사회의 규칙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에 남을 조종하면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술에 손을 대듯 충동적으로 타인을 조종하려 든다. 목적이 승진이건 장난이건 모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한다.

이런 사람들도 사이코패스만큼이나 겉으로는 매력이 넘친다. 인기를 이용해 사람 마음을 조작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타인에 대한 관심과 동정심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연기일 뿐이다.

나르시시즘은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자만심과 자의식으로 똘똘 뭉쳤다. 자신을 완전무결한 인간으로 여기며, 심지어 신과 동일시하려 든다. 가끔 스스로 현명하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곧장 타인이 어리석다고 책임을 떠넘기며 자의식을 더욱 강화한다. 남에게 칭찬받는 걸만 좋아하다 보니 비판은 선전포고처럼 받아들인다. 사소한 모욕이라도 불같이 화를 낸다. 지나친 자존심 탓에 타인과 안정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대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과 지위를 추구한다.

심리학적으로 위의 세 특성 중 하나를 가졌다고 반드시 반사회적 인격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순히 오만하거나 목적 달성을 위해 집착할 뿐인지도 모른다. 100명에 한 명 꼴이라는 사이코패스는 사실 범죄와 무관하거나 보통 사람들과 섞여 잘 살기도 한다. 역사 속 영웅이나 위인들 중에도 위의 성격 중 한 두개를 가진 경우도 있다.

영화 '마녀' 속 자윤(김다미)은 다크 트라이어드 특성을 모두 가졌다. <사진=영화 '마녀' 스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인격장애는 사회나 조직을 돌아가게 하는 필요악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로버트스미스비즈니스스쿨 연구팀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비즈니스의 세계는 때로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며 “그럴 때 인격장애를 적절하게 이용하는데, 겉치레만으로 끝나지 않는 기업의 이면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심지어 초일류 기업 중 일부도 실적이 절실할 때는 경험이 풍부하고 책임감·윤리관이 강한 간부보다 팀을 잘 돌아가게 하는 데만 열중하는 어두운 성격의 간부를 배치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다크 트라이어드다. 범죄심리학자들은 다크 트라이어드 성향을 보이는 인물은 극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만함이 극에 달한 데다 목적을 위해 남을 마구 희생시키며, 범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에 사디즘까지 더해진 다크 테트라드(Dark Tetrad)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범죄심리학자들의 경고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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