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파라바이오시스(parabiosis)', 즉 '개체결합' 연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늙은 쥐와 어린 쥐를 외과적으로 합친 실험에서 늙은 쥐의 회춘 효과가 확인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HMS)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파라바이오시스가 더 이상 SF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며, 언젠가 인체에도 적용될지 모를 놀라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HMS 연구팀은 외과 수술을 통해 어린 생쥐와 장기간 결합된 늙은 쥐의 간과 혈액을 분석하고 노화 관련 각종 바이오마커를 조사했다. 쥐는 결합 상태를 꼬박 3개월 유지했고 외과 수술로 다시 분리돼 한 달간 회복 기간을 거쳐 생리학적 검사를 받았다.

나이 든 쥐를 어린 쥐와 결합하는 파라바이오시스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사진=pixabay>

그 결과 어린 쥐와 결합된 늙은 쥐의 노화 속도가 느려질 뿐만 아니라 같은 연령대 쥐에 비해 최대 9% 오래 생존했다. DNA 메틸화 시계가 시사하는 생물학적 나이는 항상 실제 나이보다 어렸고 그 차이는 최대 30%에 달했다. 특히 젊은 쥐와 결합된 고령 쥐는 늙은 개체끼리 결합된 경우에 비해 69% 오래 살았다.

HMS 관계자는 "파라바이오시스는 아주 복잡한 수혈과 같다"며 "일반 수혈에서는 한쪽 쥐에서 혈액을 채취해 다른 쪽 쥐에 주입하지만 파라바이오시스는 쥐들을 외과 수술로 접합해 실시간 수혈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이어 "파라바이오시스로 결합된 동물은 단순히 혈액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리 계통을 공유하고 발달시킨다"며 "혈액에서 호르몬까지 모든 것을 서로 교환하면서 서서히 융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생물학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고령화 사회에도 여러모로 중요하다. <사진=pixabay>

파라바이오시스의 역사는 대략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물학자들은 나비와 번데기를 결합한 뒤 나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들여다봤다. 같은 방법으로 다양한 동물을 결합, 늙고 병든 쪽에 나타나는 회춘 효과를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나이 든 쥐의 생물학적 연령 변화가 어린 쥐로부터 분리된 후에도 지속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변화는 혈액에만 그치지 않고 근육 조직이나 간, 신경계에도 나타났다.

HMS 관계자는 "생물학적 회춘은 당연히 수명연장과 깊은 관계가 있다"며 "이번 실험 결과로 얻은 지식을 고도화해 인간에도 적용하는 날이 온다면 실제 나이는 돌이킬 수 없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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