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클로스를 추적하는 서비스가 탄생한 비화에 새삼 관심이 쏠렸다. 미군과 캐나다군은 매년 성탄절이 되면 아이들을 위해 산타클로스의 위치 정보를 전용 웹사이트 노래드산타(www.noradsanta.org)를 통해 알려준다.
노래드산타는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운용하는 북미대공방위사령부(NORAD)가 서비스한다. 사령부는 평소 미국과 캐나다 주변의 영공을 감시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연례행사로 산타클로스 위치를 노래드산타를 통해 표시한다.
올해로 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이 서비스는 미군의 비밀 회선에 잘못 걸려온 전화가 계기였다. 1955년 12월 NORAD의 전신 대륙방공사령부(CONAD)에 설치된 붉은 전화가 울렸다. 당시 미소 냉전이 한창이었는데, 이 극비 회선은 긴급 사태에 한해 사용 중이었다.
당시 CONAD에 근무하던 해리 샤우프 대령은 중대한 일이 터졌다고 직감했다. 다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산타할아버지세요?"라는 씩씩한 소년 목소리가 들렸다. 장난전화로 오해한 샤우프 대령은 순간 화를 내며 윽박질렀다. 소년이 울음을 터뜨리자 당황한 대령은 일단 산타클로스 목소리를 내면서 아이를 달랬다.
소년의 어머니는 CONAD의 핫라인 번호가 시어스백화점 크리스마스 광고에 실려 있어 아이가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시어스백화점은 산타클로스와 대화가 가능한 성탄절 이벤트 광고를 내면서 전화번호 한자리를 틀리고 말았다. 하필 이렇게 찍힌 전화번호가 CONAD의 핫라인과 일치했다.
CONAD는 시어스백화점 광고를 보고 전화하는 아이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샤우프 대령은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공군사관 2명에 전화를 받고 산타클로스 행세를 하라고 지시했다.
성탄절에 대한 좋은 추억이 생긴 샤우프 대령은 사령부 비행기 추적용 보드에 직원들이 그려 넣은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썰매 낙서를 지켜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즉시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건 샤우프 대령은 "방금 레이더로 미확인비행물체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산타 썰매 같다"고 말했다. 이후 방송국은 1시간마다 샤우프 대령에 전화를 걸어 썰매가 어디쯤 날고 있는지 묻게 됐는데, 이게 지금껏 이어지는 산타 위치 추적의 시초다.
NORAD 관계자는 "이후 69년간 계속되는 산타 추적은 점점 진화해 왔다. 1960년대 들어 NORAD는 라디오 방송국에 산타의 위치 정보를 녹음한 레코드를 보냈고, 1970년대에는 TV 방송을 시작했다"며 "NORAD에는 전 세계에서 매년 전화와 메일이 쇄도하는 관계로 군인과 민간인을 합해 125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타 위치 정보 웹사이트는 한국어를 비롯해 총 9개 언어를 지원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여기 접속해 +1-877-HI-NORAD(1-877-446-6723)로 전화하면 자원봉사자가 직접 산타의 위치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NORAD 관계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이들에 웃음을 선물한 샤우프 대령은 2009년 세상을 떠났다"며 "열쇠가 달린 대령의 서류가방에는 산타에게 보낸 수많은 아이들의 편지가 가득 들어있었다. 현재는 그의 딸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