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작은 의갈목 곤충이 전갈 등에 올라타 어디론가 이동하는 진귀한 상황이 곤충학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 곤충학자이자 전갈 전문가 요람 즈빅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초소형 의갈목 곤충이 본인보다 20배 큰 전갈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요르단 계곡 인근에서 야간 관찰 조사 중이던 요람 즈빅은 우연히 희한한 광경을 마주했다. 마침 개미 떼가 만든 흔적을 따라가는 전갈 한 마리를 발견한 그는 등과 꼬리를 연결하는 부위에 들러붙은 반점에 눈이 갔다.

전갈의 등에 올라탄 의갈목 나노위티우스 와흐마니. 전갈과 생김새가 흡사하나 꼬리가 없다. <사진=요람 즈빅>

요람 즈빅은 "처음에는 전갈 등에 모래나 흙이 묻은 줄 알았다"며 "놀랍게도 얼룩은 살아 움직였고, 독침이 달린 강력한 포식자 전갈을 이동 수단 삼아 길을 나선 작은 밀항자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당시 관찰된 작은 반점은 의갈목의 하나인 나노위티우스 와흐마니(Nannowithius wahrmani)로 확인됐다. 의갈목은 말 그대로 유사 전갈로, 다리가 8개고 형체도 비슷하지만 공격용 꼬리가 없다. 몸길이도 2~6㎜로 전갈보다 훨씬 작다.

요람 즈빅은 "이 작은 밀항자들은 원래 박쥐나 새, 딱정벌레 등 몸집이 더 큰 동물들에 올라타고 다닌다"며 "아주 작은 의갈목 곤충이 자기보다 커다란 전갈을 택시처럼 삼아 타고 다니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계곡의 개미 군락지에서 의갈목을 등에 태우고 이동하는 전갈. 모종의 계약 관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S. AHARON>

이어 "나노위티우스 와흐마니 입장에서 전갈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모종의 계약 관계로 생각된다"며 "두 곤충이 요르단 계곡에 군락지를 형성한 개미들과 공생 관계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고서를 접한 야생동물학자 일부는 두 전갈과 개미들이 전략적 관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덴버 자연사 박물관 진화생물학자 파울라 커싱은 "전갈이 종종 이런 전략적 운송에 가담할 가능성은 전에도 제기됐다"며 "멀리 이동하지 못하는 의갈목을 태우고 개미들의 거처로 이동한 전갈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면 곤충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