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외의 동물이 만든 도구는 얼마큼 정교하고 과학적일까. 도구는 인간뿐 아니라 원숭이나 까마귀, 돌고래 등 지능이 높은 일부 동물이 사용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졌는데, 개중에는 고대 유물이라고 오해할 만큼 고도화된 것도 존재한다.

가장 최근 주목받은 사례는 5만 년 전 것으로 추측되는 고대 석기다. 브라질 북동부 피아우이 주에 자리한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의 페드라 푸라다 유적에서 발굴된 이 석기는 초기 인류의 것으로 여겨지다 수년 전부터 원숭이가 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석기가 인간의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린 것은 2016년이다. 그해 고고학자와 생물학자 그룹은 브라질 북동부에 서식하는 꼬리감는원숭이(Capuchin monkey)의 생태를 연구하던 중 다양한 석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알아냈다.

원숭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도구를 잘 다룬다. <사진=pixabay>

약 40년을 사는 꼬리감는원숭이는 몸길이 약 40㎝에 날랜 동작이 특징이다. 이들의 생태를 조사하던 학자들은 원숭이들이 나무 열매나 씨앗을 쪼개기 위해 조약돌을 망치 삼아 사용하고, 크고 납작한 돌을 일종의 작업대로 받치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조사를 이끈 고생물학자 아구스틴 아그놀린은 "페드라 푸라다에서 발굴된 석기와 현생 꼬리감는원숭이가 사용하는 도구를 비교한 결과, 지금까지 사람이 썼다고 생각한 5만 년 전 석기는 원숭이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연구를 지속한 아구스틴 아그놀린은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Holocene'에 낸 논문에서도 페드라 푸라다의 석기가 사람이 아닌 원숭이가 나무 열매를 깨기 위해 만든 도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숭이는 편의를 위해 다양한 도구를 제작, 사용하고 개량할 줄도 안다. <사진=pixabay>

논문에서 그는 "꼬리감는원숭이들이 돌로 씨앗을 쪼개다 보면 금이 가고 끝이 날카로워진다"며 "마치 고대인이 만든 석기와 흡사하게 변해 사람이 쓰던 것이라고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800여 개 유적으로 구성되는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의 페드라 푸라다 유적군은 석영이나 규암이 섞인 토기나 석기가 많이 출토된다. 이를 토대로 지역의 연대(약 5만 년 전)를 가늠한 학자들은 이곳이 초기 인류가 군락을 이룬 곳으로 여겼다. 당연히 이곳에서 나온 석기들은 고대인이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일부 원숭이가 사용하다 버린 돌조각은 초기 인류가 만든 석기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 고고학적 기록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페드라 푸라다가 인간 유적지라면 그들의 흔적이 많아야 하지만 특유의 군락 흔적은 딱히 발견되지 않는 점에서 이 광범위한 지역이 원숭이 서식지였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학자도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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