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감독 클로이 자오(39)의 골든글로브 수상작 ‘노매드랜드’가 대륙 극장가로부터 ‘강퇴’ 당하리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화권 영화정보 사이트 더우반(Douban)에 따르면, 오는 4월 23일 극장에 걸릴 예정이던 ‘노매드랜드’의 개봉정보가 7일자로 갑자기 삭제됐다. 대만 언론들도 이날 기사를 통해 ‘노매드랜드’의 중국 개봉일정이 갑자기 취소됐다고 일제히 전했다.
‘노매드랜드’는 지난 2월 28일 열린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드라마)과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성 연출자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은 건 ‘엔틀(Yentl, 1983)’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79) 이후 두 번째이며, 아시아 여성감독으로서는 최초다 .
오는 4월 열릴 아카데미시상식 수상도 점쳐지는 ‘노매드랜드’가 중국에서 찬밥 신세가 된 건 클로이 자오 감독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2013년 미국 영화매체 필름메이커와 인터뷰에서 “제가 어린 시절 중국은 거짓투성이였다. 당시 들은 것은 나중에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언급했다. 2020년 호주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지금 제 조국은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들은 클로이 자오의 골든글로브 수상 이후 급속도로 전파됐다.
클로이 자오의 골든글로브 수상에 고무됐던 중국 영화계와 팬들의 태도는 일변했다. 인터넷에는 클로이 자오가 ‘역적’ ‘매국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가에 모욕적인 발언을 했으니 영화 상영도 불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와 예술은 따로 생각할 문제” “중국인은 예술을 감상할 수준이 안 된다” 등 클로이 감독을 감싸는 발언도 없잖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프란시스 맥도맨드(64)가 주연을 맡았다.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는 상황, 남편마저 암으로 잃은 주인공 펀이 밴에 몸을 싣고 유랑생활하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태를 디즈니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클로이 자오는 디즈니 자회사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이터널스(Eternals)’의 연출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중국으로부터 반감을 살 경우, 올해 11월 전미개봉이 예정된 ‘이터널스’ 역시 중국 상영이 불투명해지기에 배급사인 디즈니로서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