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정체가 불분명한 갑각류 파세토텍타류(Facetotecta)는 기생생물의 유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파세토텍타류는 그간 성체가 발견되지 않고 유체만 눈에 띄어 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됐다.
덴마크자연사박물관 게놈 전문가 니클라스 드레이어 연구원은 일본 근해에서 채취된 파세토텍타류 3000 개체 이상을 연구한 조사 보고서를 24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파세토텍타류는 투명한 몸에 바늘같이 날카로운 돌기를 가진 작은 갑각류다. 1880년대부터 알려졌지만 어쩐지 성체가 눈에 띄지 않아 어떻게 성장하는지 수수께끼였다.
연구원은 덴마크를 비롯해 미국, 대만의 생물학자들과 연계한 조사에서 이 생물이 기생생물의 유체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먼저 소개됐다.
SF 영화 속 외계 생명체를 떠올리게 하는 파세토텍타류는 Y 유충(Y-larvae)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플랑크톤처럼 바다를 떠돈다. 연구원은 일본 근해 해수면에서 3000마리 이상 채집한 뒤 RNA 단백질 배열을 바탕으로 유전적 계통수를 만들었다.
니클라스 연구원은 "파세토텍타류는 따개비의 동료로 분류되지만, 기생 따개비와 직접적인 근연 관계는 없었다"며 "Y 유충은 갑각류 성장호르몬에 노출되면 딱딱한 겉껍질을 벗어던지고 민달팽이 같이 변화하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변태는 기생 따개비가 숙주의 몸을 파고들 때 보이는 반응과 흡사하다"며 "더욱이 Y 유충에게는 갈고리와 같은 더듬이가 있어 이를 사용해 숙주에 달라붙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특징 때문에 학자들은 Y 유충이 성장하면 기생생물이 된다는 가설을 세운 바 있다. 다만 성체가 보이지 않는 점을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원은 성체가 숙주의 체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니클라스 연구원은 "아마 기생 따개비처럼 Y 유충도 숙주를 조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생 따개비 중에는 게에 파고들어 뿌리처럼 자라 숙주의 몸속에 사는 종이 있다. 따개비의 일종인 소낭충(Sacculina carcini)은 자기가 살기 알맞게 숙주를 거세하거나 성별을 바꾸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소낭충에 점령된 게는 임신했다는 착각에 빠져 따개비의 외부 기관을 자기 알처럼 보호한다. 수컷 게가 거세되면 행동이나 체질이 변화해 암컷을 닮아간다.
이번 연구는 Y 유충도 숙주의 체내에 들어가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현재로서는 어느 생물에 어떤 방법으로 기생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니클라스 연구원은 "Y 유충은 기생 따개비와 유전적으로는 가깝지 않은데도 비슷한 기생 전략을 가졌다"며 "이는 환경에 따라 생물이 택하는 수렴진화의 결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