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섬을 상징하는 미스터리한 거석 모아이는 직립한 상태로 운반됐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미국 빙햄튼대학교 문화인류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결과를 4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소개했다.

모아이는 태평양 폴리네시아에 자리한 이스터섬에 산재한 거대한 석상이다. 900개가 넘는 모아이 석상의 높이는 평균 4m이며, 최대 10m가 넘고 무게도 90t 이상 나가는 초대형도 있다. 아직도 제작 방법이 불명확하고, 어떤 방식으로 옮겼는지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모아이 석상은 세운 채 로프를 좌우로 당기며 앞으로 옮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빙햄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빙햄튼대 칼 리포 연구원은 "모아이 석상의 최대 수수께끼는 운반 방법"이라며 "사람 힘으로 직접 굴린 설도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이 2012년 처음 제창된 직립 운반"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모아이를 걷는 것처럼 직립해 옮겼다는 가설은 섬사람들 사이에서 전승되는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어떤 오래된 노래의 가사에는 폴리네시아 조상들이 모아이상을 세운 채 제단까지 옮긴 내용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모아이를 직립해 옮겼다는 가설은 지금껏 몇 차례 검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2012년 높이 약 3m, 무게 5t의 모형을 만들고 인원 18명을 동원해 실험했다. 밧줄 3줄을 좌우와 후방에 각각 배치하고 좌우로 흔들면서 전방으로 움직이자 거석상은 정말 걷는 듯 이동했다.

이스터섬에 난 고대 도로변에 널린 모아이. 키가 상대적으로 작고 밑면이 넓어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다. <사진=pixabay>

당시 실험은 TV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단시간에 진행된 것으로, 이론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연구팀은 모아이를 세워 옮겼다는 가설이 물리학적으로 말이 되는지 실험을 기획했다.

연구팀은 석상의 크기, 모양, 중심, 필요한 인원, 이동 속도 등을 수치화하고 3D 모델링을 활용한 예측 모델를 만들었다. 현장 실험 전에 사전 답사에 나선 연구팀은 섬의 고대 도로변에 널린 모아이 62개에 주목했다.

칼 리포 연구원은 "이 모아이들은 모두 어깨너비보다 하부가 커 무게중심이 낮고 안정적"이라며 "또한 앞으로 6~15° 기울어져 좌우로 흔들 경우 자연스럽게 앞으로 넘어지기 쉬운 구조"라고 전했다.

제단에 세운 모아이 석상은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어깨 부분이 밑면보다 넓다. <사진=pixabay>

연구원은 "우리가 들여다본 모아이 62개는 아마 고대인이 운반 중 넘어지며 포기한 것들"이라며 "제단에 세워진 모아이 석상이 대체로 어깨 폭이 하부보다 크고 길쭉한 형태인 것과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섬 도로변의 모아이 형태를 참고해 무게 4.35t의 복제품을 제작했다. 모아이의 양옆에 밧줄을 감고 후방에는 제어용 밧줄을 묶은 뒤 좌우 4명씩, 뒤에 10명의 인원을 배치했다. 좌우 밧줄을 반복해 당기자 석상을 흔들리며 지그재그로 전진했다. 이런 식으로 40분 만에 100m 이동이 가능했다.

칼 리포 연구원은 "일단 좌우 흔들림에 리듬이 생기면, 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안정된 보행이 가능해 몇 주에 수 ㎞ 이동 가능했을 것"이라며 "섬의 고대 도로는 단면이 약간 오목해 옆으로 넘어뜨린 모아이 석상을 굴리기보다는 직립해 이동할 때 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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