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도 사람처럼 기쁨을 느끼고 이를 동료와 공유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벌은 사회성이 뛰어나 동료와 적극 소통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지만, 감정 공유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은 처음 확인됐다.
중국 남방의과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뒤영벌 생태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감정 공유 능력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뒤영벌 개체 A에 달콤한 설탕물을 급여했다. A 개체는 기분이 좋은 듯 꽃 사이를 바쁘게 날았고 꽃잎에 착지해 빙글빙글 돌았다. 놀랍게도 주변 동료들은 설탕물을 급여하지 않았음에도 A 개체처럼 활발하게 움직였다.
연구팀은 뒤영벌 무리의 이런 행동이 분명한 감정 공유라는 입장이다. 설탕물을 급여한 A 개체의 기분이 주변 동료에 전해지면서 그룹 분위기를 바꿨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이 현상이 단순한 흉내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뒤영벌들을 투명한 칸막이로 나눠 관찰했다”며 “서로 접촉할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뒤영벌들은 동료의 밝은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따라 하려 했다. 즉 시각만으로 감정이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정 전이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은 인간을 포함한 고등 영장류나 지능이 높은 포유류, 조류 등 일부 사회적 동물에서만 확인됐다. 이번 발견은 뇌가 작은 곤충 역시 비슷한 반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실험 관계자는 “이러한 행동의 변화는 생존과 관련된 사회적 구조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며 “벌의 긍정적인 행동은 새로운 식량원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동료에게도 그 의욕을 전달함으로써 무리 전체의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언급했다.
꿀벌과에 속하는 뒤영벌은 둥그스름한 체형에 털이 많다. 꿀벌보다 약간 커 일벌이나 수컷의 몸길이는 최대 20㎜다. 북반구를 중심으로 약 250종이 분포하며 서늘한 지역이나 고산 지대에도 적응했다. 꽃가루와 꿀을 모으는 수분자로서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존재다.
사실 뒤영벌은 사회성이 높고 지능이 발달한 곤충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2016년 영국 런던퀸메리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뒤영벌은 기쁨과 비슷한 뇌 반응이 가능하다. 설탕물을 받은 개체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여 보상이 기분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시사됐다. 2023년 같은 대학교 연구팀은 뒤영벌이 동료의 행동을 관찰해 배우는 사회적 학습을 한다고 주장했다.
실험 관계자는 “뒤영벌 집단은 단순한 본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배우고, 그것을 동료에게 전달해 고도화한다”며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기쁨의 공유는 무리 전체의 안전과 번영을 유지하는 중요한 전략일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