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코뿔소의 진짜 멸종 원인이 1만4400만 년 전 야생늑대의 위장에서 나온 조직 분석 결과 드러났다. 영구동토에 갇힌 고생물의 게놈을 전체 해석한 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이 빛을 발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의 고생물 위장 속 조직을 정밀 조사한 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Genome Biology and Evolution 14일 자에 먼저 소개됐다.

털코뿔소는 플라이스토세에 유라시아 북부에 서식한 코뿔소 멸종종이다. 성체의 몸길이는 3.5m, 체중은 2t 이상으로 길고 두꺼운 털로 덮여 혹독한 추위를 견뎠다. 영구동토에 보존된 털코뿔소의 잔해를 조사한 연구팀은 이 종의 멸종 원인을 새롭게 특정했다.

현생종 코뿔소와 비슷한 덩치에 굵고 긴 털을 가진 털코뿔소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스톡홀름대 에다나 로드 연구원은 "조직에서 전체 게놈을 해독한 결과 털코뿔소는 멸종 직전까지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멸종의 주된 요인은 빙하기 말기의 급격한 온난화라는 환경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베리아 북동부에서는 2011년과 2015년 각각 한 마리씩 최종 빙기 늑대새끼가 발견됐다. 이들은 형제지간으로 Tumat-1, Tumat-2로 명명됐다"며 "Tumat-1의 위장 속 작은 고기조각은 털코뿔소의 것이었다. 늑대를 포함해 다른 동물의 위장에서 회수된 샘플로 멸종종의 전체 게놈을 해독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조직은 약 1만4400년 전의 것으로, 늑대새끼가 죽기 직전 먹은 마지막 식사가 털코뿔소임을 알 수 있었다. 털코뿔소는 대략 8700년 전 멸종한 것으로 생각되며, 이 표본은 멸종 수천 년 전, 그러니까 털코뿔소로서는 말기에 가까운 시대의 상황을 가늠할 귀중한 샘플이다.

영구동토에 보존된 늑대새끼의 위장에서 나온 작은 털코뿔소 고기조각 <사진=스톡홀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털코뿔소는 유럽과 아시아 각지의 동굴벽화에서 볼 수 있다. 한랭한 기후에 적응했음을 보여주는 벽화들이 프랑스 쇼베 동굴(약 3만2000~3만7000년 전) 벽화에도 그려져 당시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였음을 알게 한다.

에다나 로드 연구원은 "고생물의 DNA는 시간이 지나면 열화하고, 포식자인 늑대의 DNA도 섞여 해석이 힘들었지만 최대한 노력했다"며 "뭣보다 이번 연구로 털코뿔소의 자세한 멸종 원인이 밝혀진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고생물학자 미에치 제르몬프레가 촬영한 Tumat-1. 위장에서 나온 털코뿔소 고기조각의 게놈 해석이 성공했다. <사진=미에치 제르몬프레>

지금까지 고생물학자들은 털코뿔소나 매머드 등 대형 포유류는 호모 사피엔스에 의한 사냥으로 멸종했다고 여겼다. 이번 연구에서 털코뿔소는 인간과 접촉한 직후 쇠퇴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시베리아에 도달한 뒤 약 1만5000년 동안 개체가 줄지 않고 공존했음을 보여줬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털코뿔소의 진짜 멸종 원인이 최종 빙기의 끝과 함께 찾아온 급격한 지구 온난화일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평가했다. 기온 상승에 따른 식생 등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털코뿔소 등 대형 포유류를 단기간에 위기로 몰아넣은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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