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 일리리아(Illyria) 전사들이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투구가 발굴됐다. 아드리아해 연안에 잠들어 있던 이 투구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로아티아 국립 두브로브니크박물관 고고학 연구팀은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아드리아해 인근 일리리아 유적 발굴 조사에서 수확한 2500년 전 투구를 소개했다.

일리리아 인은 발칸반도의 서부, 현재의 알바니아나 크로아티아의 일부 또는 이탈리아반도 연안 남동부에 기틀을 잡은 민족이다. 원류는 기원전 1000년 경으로 추측되며, 그리스와 높은 연관성이 엿보이나 관련 역사서나 유물이 많지 않아 연구가 난항을 겪어왔다.

2500년 전 것으로 여겨지는 고대 전사의 투구. 아드리아해 인근 일리리아 유적에서 나왔다. <사진=두브로브니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투구가 나온 곳은 크로아티아 자코토랙 인근의 고대 일리리아 유적으로, 여기서는 전에도 오래된 투구 1개가 나왔다"며 "이번 발견은 고대 일리리아 전사들의 문화는 물론 이들의 무구가 어떤 수준이었는지 통찰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투구는 유적의 매장지 옆 석축 구조물에서 발견됐다. 누군가에 봉납된 것으로 보이며, 제작 수준이나 재질로 미뤄 봉납 받은 인물은 상당한 고위급으로 생각된다.

조사 관계자는 "투구와 함께 나온 철제 무기 등 부장품은 만듦새가 좋아 당시 엘리트 계층의 생활상을 짐작하게 한다"며 "나선 형태의 청동관 등 장신구와 청동 바늘, 은침, 유리 및 호박으로 만든 구슬도 다수 나왔다"고 설명했다.

두브로브니크박물관 고고학자들의 크로아티아 자코토랙 일리리안 유적 발굴 작업은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사진=두브로브니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유물 다수가 아티카(그리스 아테네 주변을 포함하는 지역명)나 이탈리아의 유명 공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일리리아의 문화 및 상업적 교류가 활발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그리스와 일리리아 문명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투구를 비롯한 일리리아 유물들은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이 아테네를 휩쓴 시대 고대 민족들의 계층구조를 들여다보게 해줄 것으로 학계는 전망했다.

조사 관계자는 "출토된 유물의 높은 기술 수준과 민족 간 상호 영향은 고대 유럽의 힘의 변천을 이해하는데 필수"라며 "이 투구의 연대를 정확히 알게 되면 고대 그리스가 수백 년에 걸쳐 크로아티아에 거점을 두고 있었다는 증거가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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